[새 정부에 바란다②] “OTT와 똑같이”…유료방송산업 해묵은 규제개편 언제쯤?
2025년 현재, 디지털산업은 다시 한번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치·경제·기술 전반에서 혼돈과 격변이 일상화되는 시대,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절실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혼돈의 전환기, 산업정책의 나침반을 묻다’를 주제로 창간 특집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새 정부에 바란다’는 대기획 아래, 통신·방송·반도체·AI·보안·게임·유통 등 산업별 핵심 이슈를 심층 분석하고, 각계 전문가 20인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산업계와 정책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자 한다. 또한 유력 대선주자의 ICT 공약 분석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 아래 산업계가 나아갈 좌표를 함께 고민해 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국내 유료방송시장 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내수시장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데다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 확대로 시장 내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인터넷TV(IP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은 성장 정체 및 하락세를 맞이하면서 광고 매출 등 직접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물론, 이들에게 콘텐츠를 제작 및 공급하는 채널사용사업자(PP)도 영향권이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입장이 얽히며 총제적 난전 형국을 이루고 있다. 공통적으로 OTT와 동등한 경쟁을 위한 규제개편을 외치고 있는 한편, 콘텐츠 사용료 등을 두고는 사업자마다 다른 시각을 보이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또, 유료방송사업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한 OTT에서는 진흥에 방점을 찍는 의견을 내놓는 등 각자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을 역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료방송 침체우려 본격화…제로섬 경쟁에 OTT 등장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2024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3630만4778명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5328명(0.01%)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첫 감소를 기록한 이후 연속으로 감소했으나, 직전 반기 대비 감소폭은 둔화된 모습이다.
감소폭은 둔화됐으나, 내수 시장 한계는 짙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SO와 위성방송 위기가 두드러진다. SO 가입자 수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12만9004명 줄어든 1241만2496명으로 집계됐다. 위성방송은 같은 기간 282만716으로 0.8% 줄었다. IPTV는 소폭이나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하반기 대비 0.7% 증가한 2107만1566으로 집계됐다. 다만, 0% 성장률을 지속하는 등 성장 정체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OTT가 등장하기 전부터 예견돼 온 상황이다. 내수시장 한계를 가지고 있는 유료방송시장 특성상 포섭 가능한 가입자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에 따라 누군가 가입자를 얻으면, 어느 한쪽은 뺏기는 제로섬 게임 국면으로 돌입한 바 있다.
OTT 등장은 이들의 생존 게임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았다. 방송콘텐츠, 더 넓게는 영상 콘텐츠 시장 성격 자체를 ‘스트리밍’ 중심으로 바꾸면서 시장 판도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IPTV는 주문형비디오(VOD) 매출로 버티고 있지만, 이 또한 OTT의 적극적인 영상 판권 확보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단품 VOD 결제 대신 OTT를 구독료를 지불함으로써 더 합리적인 가격에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비대칭 규제 타파’...국내OTT ‘눈치’, 해외OTT ’표정관리’
전 정부에서도 이같은 유료방송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유료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제 폐지 ▲광고 규제 개선 ▲세액 공제 확대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 조성 등 방안을 내놓은 바 있지만, 실제 집행까지 이어지지 않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관련 문제에 대해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유료방송생태계의 공통적인 핵심 요구는 OTT와 다른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것이다. 유료방송생태계는 국내 방송법 규제를 받게 된다. 반면, OTT는 방송법 규제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제공 환경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요금 및 약관 신고제,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무 의무는 물론, 콘텐츠 심의에 있어서도 정부 규제를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다양한 요금제 확보가 어렵고,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이용약관이나 요금제를 개편할 때 정부에 신고해야하는 등 제약이 따른다. 허가제만큼의 수위 높은 규제는 아니지만, 다양한 요금제 활성화 등 경영과 직결된 부분에서 일정부분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더불어 콘텐츠 심의 측면에서도 OTT나 유튜브 등은 폭력, 흡연, 범죄 등 장면 연출이 자유롭지만,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OTT와 유튜브 등 부가통신사업자들은 방발기금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IPTV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공정경쟁이 가능하도록 기존 방송사업자(SO 및 IPTV)에 대한 각종 규제를 OTT 수준으로 반드시 조정·완화해야 한다”며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OTT와 달리 IPTV사업자는 IPTV법에 따라 약관규제, 채널편성 규제, 부가서비스 제한 등과 같은 사전 규제를 받고 있어 시장 상황에 맞는 시의적절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춰 규제를 합리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OTT 대비 과도한 규제는 폐지하고, 산업 전반에 유연한 규제를 적용하며 사업 자율성을 확대해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SO 업계 관계자는 “OTT를 포함한 통합 방송·영상 플랫폼에 대한 규제 재정의, 영상산업 기여도에 따른 규제 및 과세 체계 정립 등이 제시될 수 있다”며 “정부의 중립적 중재를 통한 제도적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OTT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해외 OTT와 국내 OTT 간의 온도차가 분명하다.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 경우 이같은 목소리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는 한편, OTT 성장을 통한 K-콘텐츠 시장 확장 등 사업 성장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K-콘텐츠 글로벌 시장 확산’ 등 긍정적인 키워드를 부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21일 개최된 언론사 대상 행사 ‘넷플릭스 인사이트’에서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콘텐츠 부문VP는 “그동안 국내 미디어 업계가 내수 시장, 아시아권만 바라봤다면, 넷플릭스 진출 이후 다양한 산업이 글로벌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넷플릭스가 현재 K-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장기적 파트너로 자리 잡은 만큼, 넷플릭스와 한국이 윈-윈(Win-Win) 하는 관계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OTT사업자는 입장이 다르다. 자본 규모나 시장 확장 측면에서 해외 OTT와 경쟁 대상이 될 수 없는데다가, 자칫 국내에서 OTT 대상 규제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이에 따른 성장 저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OTT 규제가 느슨하다는 시각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OTT 규제 추진, 공정위 구독미디어 제재 등 기관별 규제 경쟁으로 사업환경 어려움 가중되고 있다”며 “추가보상청구권 입법 추진, 방발기금 부과 검토 등 신규 규제 도입 신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OTT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는 시각보다는 유료방송사업자의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방송시장에 정통한 전문가에 따르면 “OTT를 규제하는 방향보다는 유료방송 생태계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를 인터넷 사업자에 준하게 완화해야 된다”며 “유료방송사업자는 정부 허가제를 전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 필요한 조건들을 최소화하는 한편, 요금 및 상품 규제 등도 최소화 시킬 필요가 있다. 광고·편성 규제 등 족쇄가 너무 많다. 이런 것들을 과감하게 없애야 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콘텐츠 대가 산정…팍팍한 현실에 치열해진 생존게임
OTT를 대상으로 규제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서는 유료방송생태계 입장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그 외 사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형국이다. 당장의 시장 확장 묘수는 없는 상황, OTT 확장으로 줄어든 재원을 두고 유료방송사업자 간의 치열한 생존 게임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격전지 중 하나는 ‘콘텐츠대가산정’ 방식이다. 콘텐츠대가는 SO나 IPTV 등 방송플랫폼이 콘텐츠 제공자인 PP 측에 지불하는 일종의 사용료다. 당연하지만, SO나 IPTV에서는 기존 콘텐츠대가 산정 방식을 조정해 보다 적은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고 싶어한다. 광고 수익 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 비용을 줄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IPTV 업계에서는 ‘IPTV-중소PP 사업자 상생협의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재허가 승인 부관 조건을 기준삼아 산정체계를 마련했다. SO업계에서는 SO 매출 증감률을 포함한 콘텐드 대가 산정식을 내세웠다. 콘텐츠가 얼마나 플랫폼 매출에 기여했느냐에 따라 대가를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PP에서는 이같은 SO와 IPTV 행보가 달갑지 않다. OTT 사업자들이 직접 제작 환경에 참여하게 되면서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 제작 비용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콘텐츠 대가는 줄어들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 PP의 경우 이번 콘텐츠대가산정 조정에 따른 타격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PP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가입자 성장 정체로 인해 IPTV나 케이블TV 사업자들로부터 받고 있는 콘텐츠 사용료 규모도 줄어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이 궤멸하게 될 거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에서도 손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업계의 콘텐츠 사용료 산정 기준 마련을 위해 '콘텐츠 사용료 산정기준 검토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다만, 업계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위원회 구성이나 논의 과정에서 각 사업자 간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론 도출도 요원해지면서 위원회도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각 사업자별 위기 탈출구는?
유료방송산업 내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각 사업자 특성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각박한 유료방송시장 탈출구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먼저 SO 업계에서는 지역 기반 성장 동력 마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SO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내세우는 핵심 성장 동력은 ‘지역 커뮤니티 기반 미디어’와 ‘맞춤형 커머스 방송’ ‘AI 기반 스마트 편성·광고 기술’이다”라며 “케이블TV는 기술 기반보다는 지역 밀착력과 실시간성이라는 강점을 살린 융합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가 중심이 되는 IPTV의 경우, 셋톱박스 내에 AI를 적용하는 기술들로 방송품질 강화는 물론, 콘텐츠 추천 AI, 대화형 AI 등 기술적 측면에서 차별점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는 공통적으로 하드웨어 고도화를 위해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적용한 IPTV 셋톱박스를 선보였다. NPU를 통해 연산속도를 높인 셋톱박스는 디바이스 내에서 AI 구동이 가능한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화질 및 음질 개선은 물론, 다양한 AI 서비스 접목이 가능하다.
PP의 성장 동력 핵심은 단연 ‘콘텐츠 경쟁력’이다. 다양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앞서 언급된 규제 완화 등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들의 위기 탈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PP업계 관계자는 “제작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방송콘텐츠 산업을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화해 수출, 세제, 재정 지원 등을 확대시켜 나가는 방송콘텐츠 산업 진흥 정책 확대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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