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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태그 'AI 프로파일링'해보니... "사진 1장에 마케팅 데이터가 한가득"

이건한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만약 지금 미국의 뷰티 시장을 공략하고 싶다면 '로드(RHODE)' 브랜드와 관련된 인플루언서 공략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연구소 백승혜 사무총장이 OMW 2025에서 'GPT 프로파일링으로 분석한 3개국 소비자: 인종, 언어, 국경을 뛰어넘는 AI'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연구소 백승혜 사무총장이 OMW 2025에서 'GPT 프로파일링으로 분석한 3개국 소비자: 인종, 언어, 국경을 뛰어넘는 AI'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AI 전문기업 바이브컴퍼니의 생활변화관측연구소 백경혜 사무총장은 24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OMW 2025'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얼핏 로드의 브랜드 홍보 메시지처럼 들린다. 하지만 양사는 전혀 관련이 없다. 로드를 미국 뷰티 시장 공략 키워드로 뽑아낸 건 '왓츠인마이백(Whatsinmybag)'이란 SNS 태그를 분석한 인공지능(AI) 프로파일링(profiling) 기술이다.

프로파일링은 특정 대상의 특징과 속성을 분석하여 미래 행동 예측, 또는 특정 그룹으로 분류하는 기법이다. 국내에선 범죄심리분석 개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프로파일러란 전문직업도 있지만 방대한 데이터에서 특정 데이터나 패턴을 추출하는 능력이 인간보다 유능한 건 AI다. 약 10여년 전 유행한 빅데이터 분석부터 딥러닝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분석은 AI의 역량이 꾸준히 강화되어 온 영역이다.

이런 AI의 프로파일링 능력은 이전에 주로 텍스트 정보에 그쳤다. 그러나 생성형 AI 시대에 접어든 이후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소스까지 분석 가능해진 멀티모달 AI가 등장하면서 또 한차례 한계점이 확장되는 중이다. 이날 백 사무총장이 강연에서 소개한 바이브컴퍼니의 'GPT 프로파일링'는 멀티모달 AI를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에 접목한 사례였다.

인스타그램을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올리는 게시물은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좋은 트렌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사진에 대한 텍스트 설명, 해시태그, 위치정보 등을 조합하면 현대 대중이 관심을 갖는 키워드나 유행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달랑 사진 한장'만 올라온 게시물이라면 그만큼 데이터 가치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멀티모달 AI의 등장으로 데이터가 부족한 사진 한장에서도 의미있는 데이터들을 추출할 수 있게 됐다. [ⓒ 발표자료 갈무리]
멀티모달 AI의 등장으로 데이터가 부족한 사진 한장에서도 의미있는 데이터들을 추출할 수 있게 됐다. [ⓒ 발표자료 갈무리]

하지만 사진을 이해하는 AI, 나아가 사진 속 물건의 제품명이나 브랜드까지 분류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가 있다면 사진 한장에서도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실제로 생활변화관측연구소가 GPT 프로파일링으로 한국, 미국, 일본 3국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왓츠인마이백' 태그를 붙인 게시물 6000여개를 분석하자 국가별로 상이한 특징 분석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그중 일부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①한국인의 가방에서는 '칫솔'이 많이 발견되지만 미국과 일본은 껌과 사탕이 많다. 입냄새 제거라는 목적은 같으나, 미국과 일본은 한국처럼 화장실과 물이 깨끗해 어디서든 칫솔질이 쉬운 환경이 아닌 탓이다.

② 일본인의 왓츠인마이백 게시물 배경은 '신칸센 열차'인 경우가 많다. 한국과 미국은 흰배경 또는 침구 위가 일반적이다. 신칸센을 이용한 이동이 잦은 일본 문화상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③ 미국인의 가방 속 브랜드 제품 중에는 '로드X터치랜드', '로드X썸머프라이데이', '로드X디올'처럼 로드 제품과 함께 발견되는 브랜드가 유난히 많다. 이는 최근 '콰이어트럭셔리(Quiet Luxury)'를 추구하는 미국인의 트렌드와 로드의 브랜드가 일치하는 까닭이다.

결국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놀이문화처럼 자신의 가방 속 물건을 공개하는 '왓츠인마이백' 태그를 멀티모달 AI로 분석하는 것만으로 국가, 문화,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구성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방의 종류별로도 내부 물품 구성이 달라지기도 했다. 모두 특정 아이템,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틈새 인사이트를 끌어내기 좋은 데이터다.

백 사무총장은 "가방 분석은 일부일 뿐 이를 확장하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정보부터 특정 브랜드와 어울리는 인플루언서 매칭까지 모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로써 기업은 '우리의 소비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AI로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브컴퍼니는 실제로 지난 2월 자체 개발한 AI 기반 GPT 프로파일링 기술을 공개하고 ▲소비자 조사 ▲브랜드 페르소나 분석 ▲마케팅 성과 측정 ▲인플루언서 추천 등 다양한 연관 서비스로 비즈니스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 AI가 대체하지 못할 인간의 영역... "아직 남았다"

이어 발표를 맡은 대홍기획 데이터 인사이트팀 강승혜 팀장은 'AI 데이터가 크리에이티브에 기여하는 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 팀장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에 생성형 AI 기술이 확산되며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제 광고도 사람이 아닌 AI가 만들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홍기획 강승혜 팀장이 OMW 2025에서 데이터와 AI는 어떻게 크리에이티브에 기여하는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 중인 모습.
대홍기획 강승혜 팀장이 OMW 2025에서 데이터와 AI는 어떻게 크리에이티브에 기여하는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 중인 모습.

단순 비약은 아니다. 강 팀장은 "대홍기획 내부에도 AI 스튜디오 조직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영상 편집, 이펙트, 2D 오디오, 믹싱 등의 프로세스를 아우르는 논 샷팅(Non Shotting, 카메라 촬영 없는) AI 필름을 만들어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①값비싼 광고 촬영장 세트를 실물처럼 자연스럽게 생성하는 AI ②고객 사연으로 각자의 스토리텔링 인생곡을 만들어주는 음악 AI ③촬영이 어려운 동물연기 영상을 대체할 수 있는 AI 등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대홍기획 역시 'AIMS'로 명명한 자체 AI 마케팅 플랫폼을 만들어 내부 기획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란 설명이다.

대홍기획의 AI 스튜디오 기반 광고제작 사례 [ⓒ 발표자료 갈무리]
대홍기획의 AI 스튜디오 기반 광고제작 사례 [ⓒ 발표자료 갈무리]

이날 소개된 GPT 프로파일링, AIMS 활용 사례만 보더라도 인간의 창의성이 가장 중요했던 기존 마케팅 산업에서 AI의 실전 활용도는 점차 높아질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강 팀장은 'AI가 광고대행업에서 인간을 대체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직은"이라고 답했다. AI가 점점 인간처럼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인간 고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통의 '기획'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것으로 본다는 이야기다.

강 팀장은 좋은 예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오직 국보 '반가사유상' 2점만을 전시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사유의 방'을 제시했다. 사유의 방은 일반 전시품과 달리 관람객이 사유의 방에 이르는 좁고 긴 어두운 통로를 지나며 다양한 문구과 영상을 마주하고, 마침내 사유의 방에 이를 때 짙은 감동과 압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관람 포인트인 공간이다.

강 팀장은 "향, 빛, 공간 모든 요소 하나하나로 인간을 감탄하게 만드는 건 여전히 인간 기획의 힘"이었다며 "기획이 결국 인간 사고의 정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AI가 가지지 못하고 인간만 가지는 것이 목표나 기대라고 본다. 이를 통해 깊은 통찰로 나아가고, 인간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고르는 안목으로 선택과 판단할 수 있는 것 또한 바로 인간의 영역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OMW 2025가 개최된 서울 코엑스 4층 컨퍼런스룸 전경 [ⓒ 바이브컴퍼니]
OMW 2025가 개최된 서울 코엑스 4층 컨퍼런스룸 전경 [ⓒ 바이브컴퍼니]

OMW 2025

한편 연례행사로 금번 20회를 맞이한 OMW 2025 행사에는 약 300명의 참관객이 찾았다. OMW는 바이브컴퍼니가 후원하는 '오피니언 마이닝 워크숍(Opnion Mining Workshop)'의 약자다. 올해는 'AI 시대의 일과 여가'를 주제로 총 6명의 연사가 ▲인간지능으로 인공지능을 해석하다 ▲디지털로 기획하고 아날로그로 즐기다 ▲넓고 멀리 조망하다를 세션 주제로 발표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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