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사람 줄고, 지갑 닫히고"…K-스낵이 택한 생존 '해법'은

최규리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코너.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코너.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K-푸드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 시장 개척이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K-스낵 수출 증가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은 이를 내세워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건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과 해외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이 주 요인이라는 데에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에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K-푸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덕분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소비 시장의 성장 정체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한 반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4년 5200만명인 한국 인구는 2072년 3600만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내수 시장 축소로 직결되며, 소비 둔화와 맞물려 식품업계를 비롯한 기업들의 성장 한계를 뚜렷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질 소득 정체다. 임금 상승 속도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거비와 교육비 같은 필수 지출이 증가해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생활비 절감을 위해 더욱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품뿐만 아니라 생필품 전반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작은 가격 변동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가격을 조금만 조정해도 반발이 심한 반면, 해외에서는 한국 제품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돼 가격 인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경우, 국내에서는 멀티팩(5개입)이 6200원 수준이지만, 미국 월마트에서는 6.88달러(약 1만220원)에 판매된다. 오리온의 꼬북칩 역시 국내 대형마트에서 160g 한 봉지에 1000원 후반~2000원 초반대지만, 미국 H마트, 월마트 등에서는 4~5달러(약 5800원~7000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K-스낵 제품들은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 유통 마진, 세금 등의 영향으로 인해 국내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며 "무엇보다 K-푸드의 프리미엄 이미지 덕분에 해외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에도 거부감이 적은 것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 제도를 적용하고 있어 가격이 유통 채널별로 다르게 형성된다"며 "각국의 경제적 상황과 유통 채널별 정책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시장과 중국·베트남·러시아·인도 등의 시장의 운영 방식이 다른 점도 가격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격 차이와 해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국내 식품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먼저, 오리온은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전체 매출의 65%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꼬북칩 단일 매출이 400억원을 돌파할 경우 현지 공장 설립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롯데웰푸드는 일본, 동남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기용한 빼빼로데이 캠페인을 통해 수출량을 크게 늘렸다.

농심은 신라면의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새우깡', '양파링' 등 스낵류까지 해외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 시장 진출 강화를 위해 네덜란드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해태제과 경우 일본과 베트남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허니버터칩' 등 인기 제품을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통해 판매 중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K-스낵 수출은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면서 "국내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기업들은 수출 확대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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