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배터리 전극 공정 장비 기업인 피엔티가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건식 전극 공정의 상용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원가 경쟁으로 돌입하는 국면에 들어선 만큼, 이 공법을 안착하는 곳이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준섭 피엔티 대표는 5일 서울 코엑스서 개최된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5'의 연사로 나서 "건식 전극 공정은 테슬라가 처음 제시하면서 등장한 이 시장의 '게임체인저'"라며 "한국에서도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관심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건식 전극 공정 장비는 용매(NMP)와 수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장비 크기를 (습식 공정 장비 대비) 1/3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장비 크기가 줄면 자연스럽게 전극 라인의 크기도 줄여 건축에 필요한 투자도 줄어들게 된다"며 "용매 휘발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지만, 제품 판매 시 감가상각에 따른 이익 측면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건 큰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생산 원가를 줄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높은 전기차 구매 비용이 소비자의 구매 저해 요인으로 꼽히면서 수요 정체(Chasm)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서다. 또 전기차 업체들이 높은 배터리 비용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점, 배터리 생산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으로 이익률이 5% 미만에 그치는 점 등도 이같은 방향성 지속에 한몫하고 있다.

건식 전극 공정은 액체 형태로 전극에 도포했던 활물질을 고체로 바꿔 코팅하는 공법이다. 기존 습식 공정에서 수분을 날리기 위해 사용해왔던 건조 공정을 없애 배터리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혁신 기술로 꼽힌다. 배터리 생산의 건조 공정은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해 건축을 위한 공간 확보와 장비 구매 등에 높은 비용을 부추기는 한편, 배터리 생산 공정의 전체 전력 소모 비용을 높이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이는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와 함께 건식 전극 공정 상용화 및 안착에 집중적인 개발 자원을 투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일부 습식 공정 방식의 업체들이 다른 방식으로 건조 공정의 규모나 비용을 절반 이상으로 줄인다고 하지만, 숙성(Aging)하는 공정(활성화)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건식 전극 공정으로의 전환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건식 전극 공정의 주된 난제로는 활물질의 믹싱과 바인더의 열 팽창계수를 꼽았다. 액체 형태로 전극에 발랐던 코팅 방식을 파우더나 필름으로 바꿔야 하는 만큼, 얼마나 균일하게 잘 붙일 수 있느냐가 마지막 과제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믹싱 과정에서 활물질 등이 잘 섞이지 않으면 전극의 (코팅) 분포가 달라지기 때문에 에너지밀도가 계산과 다르게 나오기 쉽다"며 "또 열을 가해야만 달라붙는 바인더 특성상, 열 팽창계수를 정확하게 활용하는 것이 해결 과제다. 피엔티 역시 이에 꽤 많은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난제로 꼽히는 건식 전극 공정의 생산 속도 문제에 대해서는 "(바인더의) 열 팽창 계수가 가장 중요하고, 이것이 해결되면 생산 속도는 문제 없다"며 "다만 배터리 전극의 직경과 면장이 커지면서 많은 결함이 나온다. 이에 대한 노하우를 어떻게 잘 만들어나가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