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 육성 골든타임 놓칠라…정부도 '선택과 집중' 투자 본격화

이나연 기자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2025.2.25 [ⓒ 연합뉴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2025.2.25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중국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인 '딥시크'가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통한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국내 첫 정부 출자 AI 특화 펀드를 추진한다. 투자 분야가 방대하거나 안정성이 높은 후기 기업 위주로 진행됐던 기존 펀드 정책을 개선해 초기 유망 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6일부터 한국벤처투자에서 공고하는 모태펀드 2차 수시 출자사업 공고를 통해 'AI 혁신펀드' 투자 운용사 3곳을 모집 중이다. AI 혁신펀드는 정부와 민간이 50:50으로 출자하는 민관 합동펀드다. 국내 첫 정부 출자 AI 특화 펀드로서 유망한 AI·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분야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을 발굴·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과기정통부 출자금 450억원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연기금 등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해 최소 900억원 이상 규모 AI·SaaS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동 펀드를 통해 유망 기업에 4년간 투자할 수 있으며 회수되는 재원은 향후 해당 분야에 재투자해 AI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런 정부 노력과 함께 AI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AI를 국가전략산업에 포함해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행령 역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AI 기술 선도 국가들에선 일찍이 정부 주도 펀드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AI 경쟁 중심에 선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AI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바이든 행정부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활용' 행정명령을 전격 폐기하며 규제 대신 진흥에 힘을 실었다. 이어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 등과 손잡고 총 5000억달러(한화 약 720조원)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중국도 자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성과를 계기로 AI 투자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은 정부 업무 보고서에 'AI+ 이니셔티브'를 포함하며 AI 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 중 하나로 강조했다. AI 필수 인프라인 클라우드 컴퓨팅 경우, 광둥성 사오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에 2억6000만위안(한화 약 513억원) 규모에 50만개 표준 랙·500만대 서버를 갖춘 통합 데이터센터와 보안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프랑스는 정부 주도로 70억유로(한화 약 9조7000억원) 국가 AI 펀드를 조성해 자국 AI 기업들에 투자하고 투자자들엔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지난 2017년부터는 'AI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5년간 15억유로(한화 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한 결과, 미국 오픈AI 대항마로 주목받는 미스트랄AI가 탄생했다.

일본은 AI 기업에 현금 보조금(소프트뱅크 약 3700억원·KDDI 약 700억원 등)을 지원하는 형태로 자국 AI 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기간에 AI 유니콘에 등극한 사카나AI도 정부 지원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글로벌 경쟁이 점차 가속되고 한국 AI 기업과 해외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세제 혜택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AI가) 국가전략산업에 편입될 때 생길 혜택들이 전통 제조기업 위주로 맞춰져 있어 AI와 같은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기업 현실에 맞는 혜택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