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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발전포럼] 딥시크 쇼크는 '기회'였다... AI 인프라 투자·정책 보완 제언 쏟아져

이건한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최근 전세계를 휩쓴 '딥시크 쇼크'는 한국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각계에서 다양한 관점이 오가는 가운데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AX발전포럼' 출범식 및 정책토론회는 '위기에 기반한 자아성찰의 기회', '대한민국 AI가 지금부터 바로잡고 나아갈 문제와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된 자리였다.

AX발전포럼 출범식 주요 참석자 및 포럼위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GPU보다 중요한 AI 데이터센터 가용성... "전력 공급·요금 주의 깊게 살펴야"

이날 포럼의 첫 아젠다로 제시된 '2025 한국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정책 제언'의 첫 발제를 맡은 김민기 카이스트(KAIST)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AI 시대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전력 확보 문제를 중요하게 짚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대규모 AI 모델 개발이나 서비스를 위해 국내에서도 다량의 고성능 GPU 확보, AI 데이터센터(AIDC) 건설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 원장은 동시에 이들의 가용성 문제도 지금부터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싱가폴이나 대만도 우리보다 앞서 국가 차원으로 AI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섰지만 막대한 전력 공급 문제와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중단된 바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력 공급에 성공해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비쌀 경우, 운영 지속성에 애로사항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론 AI 활용사례 발굴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론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필요한 비수도권 부지 확보와 가동에 필요한 인프라 관리 방안도 정부 차원에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당 인프라에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핵심적인 냉각장치 등 부대장비도 포함된다. 세제 혜택 등을 논할 때 빠뜨리지 말아야 할 요소로 꼽혔다.

김민기 KAIST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한국 AI 기본법에 맹점 있다... "위험할 것이란 전제 속 규제가 더 위험"

두번째 발제자인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 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 측면에서 한국이 2026년 1월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의 현안과 맹점을 짚었다.

핵심은 진흥 중심이지만 '고영향 AI' 등 일부 과잉 규제로 연결될 여지가 있는 국내 AI 기본법 특성상, 올해 하위 시행령을 논의할 때보다 합리적인 접근이 중요할 것이란 점이다. 특히 AI 기술이 가져올 이점과 위험에 대한 조화로운 위험분석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적 분석 없이 'AI의 어떤 요소는 위험할 것'이란 전제를 두고 고농도 규제를 만들고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 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일례로 우리보다 앞서 규제 중심의 AI 법을 만든 유럽연합(EU)에서도 최근 '섣부른 규제였다'는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EU가 함께 AI 진흥에 힘써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우리가 성급히 'AI법 글로벌 표준'이 되려고 하는 자세도 지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AI 정책은 앞서 유럽의 GDPR 같은 개인정보보호법과 달리 연관된 산업 및 정책 영역이 대단히 복잡하며, 각국의 규정도 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국제적 합의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어진 패널토론은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회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 안소영 LG AI 연구원 정책수석,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윤희식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정책협력법무실 이사가 참여했다. 좌장은 AX발전포럼 의장인 한순구 연세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산업계 "더 공격적인 AI 인프라·서비스 지원 정책 필요"

먼저 국내 산업계를 대변하는 KOSA의 조준희 협회장, 인기협의 박성호 협회장은 정부가 국내 AI 컴퓨팅 인프라를 비롯해 민간·공공 AI 서비스 활성화에 보다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조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가급적 많은 기업이 사업자로 참여해 규모를 넓히고, 국산 NPU 수출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겸해야 할 것"이라며 "AI 규제에 대해서는 사전 위기관리와 통제란 이점도 있는 만큼 국내외 AI 산업 동향을 잘 파악해 국회에서 양면적으로 잘 조절해달라"고 말했다.

박 회장도 "과거 한국이 게임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배경은 정부의 초고속망 투자와 더불어 똑똑한 인재들이 당시 병역특례를 목표로도 업계에 몰린 까닭"이라며 "AI 분야에서는 병역특례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부족한 AI 인재 양성과 확보에 실제 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미국이 현재 142개의 연방기관 중 35%가 AI 기반 서비스를 운영 중인 점에 미루어, "한국도 민간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에 정부가 공공부터 의지를 갖고 행정 서비스, 스마트시티, 의료 부문 등에 AI 도입 기회를 열어달라" 요청했다.

안소영 LG AI연구원 정책수석은 두 발제자들의 의견에 적극적인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유럽의 경우 실제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액션 서밋만 하더라도 EU가 연합한 대규모 AI 투자의 중요성을 드러낸 만큼, 우리의 AI 기본법도 이제 보다 진흥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더불어 김 원장이 짚은 데이터센터 구축에 중요한 건축 기술과 전력망 확보, 냉각 기술 등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정부의 투자를 주문했다.

AI 예산 투자... 선택과 집중 + AI 인프라 유관 산업도 살펴야

윤희식 한국마이크로스프트 정책협력법무실 이사 역시 쉽게 간과되는 AI 인프라 투자의 세부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MS가 117조원에 달하는 AI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그중 LLM 등 모델이나 GPU 확보에 쓰이는 돈은 생각보다 적다는 설명이다. 그보다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화 기술 및 건축 기술에 예산의 대부분이 필요할 만큼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환경을 갖추는 일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이사는 "과거 골드러시 때도 금을 캔 자가 아니라 광부들에게 청바지와 삽을 판 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현재 LLM이 금이며, 돈을 벌고 있는 자들은 유관산업에 있는 자들"이라고도 말했다. 특히 한국은 하이테크 건설 분야에서도 높은 영향력을 확보한 국가다. 따라서 LLM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당장 전세계에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AI 인프라 영역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한국이 더욱 힘을 써야 한다는 제언이다.

AI 스타트업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투트랙 전략을 제안했다. 하나는 AI 원천기술에 대해 더이상 '쪼개기 투자'가 아니라, 유망주에게 통 큰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다. 대신 실패에도 용인해 줄 수 있는 문화나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서비스가 성공할 수 없지만, 영화 업계도 10개의 영화 중 단 1개만 성공해도 이익 실현이 가능하듯 정부가 AI 서비스 영역에서도 보다 다양한 분야의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이처럼 학계와 산업계의 다양한 발제자, 패널들의 의견 개진이 이어진 뒤 정부 측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의 화답이 이어졌다.

정부도 고민 멈추지 않아... 실리 쫓고 기회 모색할 것

강감찬 산업부 산정정책관은 "본질적으로 AI 기업들의 서비스 경쟁력이 좋아져야 한다"며 현재 미국에서 AI 연관 국방 및 데이터 비즈니스 영역에서 크게 성장한 팔란티어를 언급했다. 이 같은 사례를 본받아 우리도 제조 산업 등 역량이 좋은 영역에서 AI와 접목해 특화할 수 있는 영역들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산업부도 지난해 자율제조 및 유통, 에너지 영역 등에서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우기 기업들의 기회 발굴을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AI 안전성과 위험도 평가에 대한 고민도 따르는 시점"이라며 "산업부도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에 노력 중이며, 국제 표준화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 중인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관.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관도 한국의 실리주의 AI 정책 중요성에 공감했다. 김 정책관은 "미국이 현재 고민하는 건 (경쟁국에 대한) 끊임없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EU도 AI 기술 역량이 부족하여 규제를 택했다. 대한민국은 그 규제와 진흥 사이의 지혜를 찾아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에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AI가 전략자산이란 말이 요즘 많이 쓰인다. 일종의 '핵무기'와 같다고 보면 된다"며 "앞으로 우리를 보호하는 무기로서의 AI를 가질 것이냐, AI 핵우산에 기댈 것이냐의 선택 문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날 일부 지적이 따랐던 AI 규제법 측면에선 "논란이 있지만 논의의 출발점을 만든 것이 중요하다. 진흥에 방점을 두면서 규제 포인트에 대한 리스트업도 이뤄진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 중심의 편향적 사고를 가진 것이 아니라, 시장을 지켜보며 함께 규칙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X발전포럼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국민의힘), 조인철(더불어민주당), 이해민(조국혁신당) 의원이 주최하고 디지털데일리가 주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 유관부처들이 후원하며 다수의 AI 관련 주요 기업 및 학계 전문가들도 포럼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금일 출범식에는 정부 및 국회 주요 인사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포럼을 주최 의원 중 한명인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은 "대한민국이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사례들을 살펴보면 공공부문에서 초고속망을 주도적으로 깐 것과 기업들이 초고속망 위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정책 자금을 지원했던 것"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 부문이 해야할 부분은 인프라 구축이 가장 큰 것 같다. 데이터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활용에 제약이 많은데 국회를 중심으로 시민사회 단체, 국민들과 협업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X발전포럼 환영사를 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도 환영 인사를 전했다.

또 한명의 포럼 주최 의원인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도 "AX에서 대전환(Transformation)을 깊게 새겨야 할 가치라 생각한다. 정상 과학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억제한다. 경계하는 이유는 새로운 것은 기존의 권의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과학 혁명에 도달하려면 기존의 틀을 벗어난 연구를 장려해야 한다. 오늘 AI 대전환을 우리가 이야기를 할 때도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생각을 먼저 해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AX발전포럼 출범을 축하하는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부 측에선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직접 메시지를 전했다. 유 장관은 "한국이 IT 강국의 초석이 된 과거 30년을 넘어 미래 30년, 50년을 준비할 시점이다. 정부가 어느 때보다 AI 지원 정책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며 "오늘의 고견을 참고한 정책을 만들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포럼 현장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김현, 이정헌, 이훈기, 황정아 의원 등이 찾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허성욱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배일권 행정안전부 공공지능데이터국장, 김직동 개인정보위원회 과장, 벤처기업협회 AX 브릿지위원회 이주완 위원장, 법무법인세종 장준영 AI센터장 등 다수의 포럼위원도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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