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의 역설… 금융권, 디지털·IT 투자 '혹한기' 공포 확산 [DD인사이트]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금융권의 디지털·IT투자 분위기가 연초임에도 냉랭하다.
지난 몇년간 AI(인공지능)에 기반한 인프라 고도화에 적지않은 투자를 단행해오고 있고, 또 은행권을 중심으로 차세대전산시스템(NGBS)사업 추진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춤한 분위기다.
5대 금융지주사 회장(CEO)들이 올해초 신년사에서 디지털전환(DX)을 통한 혁신의 끊임없는 추진을 주문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선 이러한 의지가 느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몇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대내외적인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현재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는 과정, 또 조기대선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중대형급 IT투자가 일단 관망세로 전환됐다는 견해가 적지않다.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후 비교적 예측가능한 상황이 됐을때 투자를 재개하겠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 불확실성이 강화됐을때 국내 은행들은 당초 세웠던 IT투자예산의 50%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사례가 있다.
또 다른 이유로 금융권의 밸류업(기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이 꼽힌다.
금융회사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주주환원 확대 등 밸류업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추진하기위해선 무엇보다 이를 실행하기위한 자산건전성 등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대 이상에서 안정적으로 뒷받침돼야한다.
하지만 CET1 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위해선 금융회사의 수익 구조가 좋아야하고, 동시에 비용구조를 낮춰야한다. 그래서 적지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IT사업은 CET1 비율 관리에 마이너스 요인일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원달러환율의 고공행진이 장기화되면서 현재 KB금융을 비롯한 국내 5대 금융지주사들의 CET1 비율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 4분기 기준, KB금융의 CET1비율은 13.51%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분기(13.84%) 대비 0.33%p하락한 것이다. 금융지주사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전분기에 비해서는 하락했다. KB금융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금융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위한 밸류업 때문에 정작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혁신을 위해 필요한 디지털·IT투자가 제약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관련 실제로 국내 한 대형 시중은행 CIO(최고정보화책임자)는 "AI 대응 등 현업에서 급하게 대응해야하는 분야를 제외하면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사업들은 좀 늦춰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프로젝트에 2000~3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IT사업은 밸류업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전히 밸류업 영향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난해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의 경우도 당초 지난해 하반기부터 향후 2~3년간의 일정으로 실행에 옮기려고 했던 차세대전산시스템 프로젝트를 고려해 내부적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금융권 IT투자 여력의 상대적 축소다. 이른바 'IT 물가의 상승'이다.
특히 전체 IT인프라 구성중에서 외산시스템 비중이 큰 금융권의 경우,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는데 따른 IT 유지보수 비용이 급등한 것도 IT투자엔 적지않은 악재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1~2년간 클라우드 관련 가상화솔루션업체인 VM웨어의 라이선스 비용 폭증에 따른 금융권과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유지보수 비용이 오르면 당연히 그만큼 금융권의 신규 IT투자 여력 자체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한편 지난해 기준, 국내 은행권(1금융)과 2금융권을 포함해 국내 IT투자(자본예산기준)은 규모는 약 4.5조~5조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이같은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실제 투자 집행율이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 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때문에 금융 IT업계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의 IT투자가 약 60~70% 선에서 그친다고 했을경우 그에 따른 연쇄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의 해소와 함께 CET1 비율이 안정적인 대형 금융회사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밸류업에 대한 과도한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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