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언젠가 ‘넥슨표’ 블리즈컨을 볼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이 정도면 넥슨표 ‘블리즈컨’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난달 30일 열린 넥슨의 창립 30주년 기념 미디어데이 행사가 끝난 뒤, 동료 기자가 던진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넥슨이 이번 행사를 통해 12종의 신작을 공개하며 밝힌 방향성은 과연 국내 게임사 단일 게임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블리즈컨’은 블리자드 대표 IP(지식재산)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을 중심으로 팬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연례 행사다.
각각의 게임들이 시리즈를 거듭하며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고, 이에 따라 성장한 유저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블리자드의 니즈가 겹쳐 2005년 막을 올렸다.
현재는 블리자드의 최신 게임 발매나 업데이트 소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들 게임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복합 문화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넥슨 역시 블리자드처럼 강력한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대표작들은 오랜 시간 서비스되며 글로벌에서 수많은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넥슨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해당 IP를 시리즈화 해 보다 폭넓게 팬덤을 확장하려 애쓰는 중이다.
이외 ‘데이브더다이버’, ‘퍼스트디센던트’ 등 신규 IP 흥행작들이 속속 배출되면서, 서구권 지역에서 넥슨의 개발사로서의 인지도나 가치 또한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넥슨은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지스타 2024’에 300규모 대형 부스를 내고 신작 5종을 대거 출품한다. ‘퍼스트버서커: 카잔’, ‘프로젝트오버킬’, ‘슈퍼바이브’, ‘환세취호전 온라인’, ‘아크레이더스’ 등 IP도 장르도 저마다 다른 게임들이다.
더불어 16일 현장에서는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 ‘테일즈위버’ 등 자사 게임의 유명 배경음악을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 공연도 예고돼있다. 이번 지스타도 사실상 ‘넥스타’와 다름없지 않겠느냐는 업계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넥슨은 ‘던파페스티벌’, ‘사운드 아카이브 페스티벌’ 등 개별 게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외에도 ‘FC온라인’이나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등 이스포츠 리그도 개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FC온라인을 기반해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을 불러 모아 치른 이벤트 매치인 ‘아이콘 매치’를 개최해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미 국내에서만큼은 넥슨만의 게임 문화로 가득한 단일 축제를 열만한 역량과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자사 게임으로만 구성된 단독 오프라인 행사인 ‘웰컴 호요랜드’엔 나흘간 무려 5만명의 이용자가 몰렷다.
호요버스는 그간 국내에서 개별 게임을 대상으로 한 행사는 수차례 열어왔다. 2022년 지스타에도 참가한 바 있다. 그러나 자사 게임들로 단독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업계 경쟁이 심화하고 IP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개발사 브랜딩을 확고히 하면서 팬덤을 강화하기 위한 이 같은 행사 중요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조될 전망이다.
물론 넥슨이 성공적인 글로벌 축제를 개최하기 위해선 넘어야 될 과제가 많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대표 IP 팬덤 상당수가 아시아권에 집중돼있다. 서구권 선호가 높은 PC·콘솔 흥행작은 부족하다.
넥슨표 게임에 대한 글로벌 신뢰가 형성되고, 이에 따른 팬덤이 확보됐을 때에야 넥슨표 블리즈컨도 성사될 수 있다. 아울러 퍼스트디센던트나 데이브더다이버와 같이 글로벌에서 성공한 신규 IP를 중심으로 한 현지 이벤트와 문화 행사 개최에도 더욱 많은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넥슨은 지난 30년간 장르나 트렌드에 국한하지 않은 게임들을 개발하며 국내 게임업계 선두주자로 거듭났다. 향후 30년도 ‘넥슨답게’ 풀어나간다면 넥슨 게임으로 가득한 글로벌 축제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들의 여정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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