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아닙니다, AI 글래스입니다"…부품 생태계 꾸리는 빅테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킬러 콘텐츠 부재와 부족한 사용 사례로 주춤했던 확장현실(XR) 디바이스 시장이 다시 기세를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로만 활용해왔던 기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면서 기존의 한계를 떨쳐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덕이다. 이에 따라 XR 시장 진입을 노리던 부품사들도 제각각 빅테크의 공급망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Connect 2024)'를 열고 신규 AR 스마트 글래스 '오라이언(Orion)' 시제품을 공개했다.
오라이언은 두꺼운 뿔테 안경 형태를 갖춘 디바이스로 문자메시지, 화상 통화, 유튜브 등 기존 스마트폰·PC에서의 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안경에 탑재된 마이크로LED 프로젝터가 렌즈에 3D 홀로그램 이미지를 투사해 AR를 구현할 수 있다. 메타는 가벼운 무게와 현존하는 스마트 글래스 중 가장 큰 70도의 시야각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메타AI를 탑재해 AI 비서와도 호환된다는 점이다. 메타는 홈페이지에서 사용자의 레시피 요청에 따라 AI 비서가 재료를 식별하고, 조리법과 소요 시간을 알려주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인 스냅도 지난 17일 5세대 스마트 글래스 '스펙타클스'를 내놓고 관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스펙타클스는 AR 기능을 갖춘 한편 혼합현실(MR) 디바이스 대비 가벼운 무게와 특징적인 카메라 촬영 기능이 특징으로, 오픈AI의 AI 서비스가 탑재돼 AR 기능과 결합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 메타버스 추락에 울던 AR, AI 힘입어 관심도↑
당초 AR 글래스와 같은 XR 디바이스 시장은 높은 휴대성과 음성·제스처 기반의 상호작용 등 스마트폰을 이을 기기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부족한 콘텐츠와 배터리 탑재로 인한 무게 문제, 발열·성능 우려 등 기술적 난제로 인해 시장 개화 시기가 미뤄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온디바이스AI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결합되면서 관련 개발에 불을 붙이는 추세다.
그러자 메타·스냅 이외의 기업들도 다시금 AI 글래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미국의 AR 기기 헤드셋 제조업체인 매직 리프(Magic Leap)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시장 복귀를 계획 중이라는 신호를 내비친 바 있다. 아직 소비자용 AR 기기를 출시하겠다는 언급은 없지만, 5월 14일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하고 AI 비서와 대화하는 장면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해 공개한 '비전프로'의 물량을 올 2월 줄이며 주춤했으나, 지난 6월 판매 지역을 확대하며 제품 개발 의지를 유지했다. 또 같은 달 10일에는 미국 특허청이 안경 프레임과 다리 내부에 숨겨진 전자 장치를 노출 시켰다가 닫을 수 있는 ‘듀얼 액시스 힌지 메커니즘’이라는 애플 특허를 공개하면서 스마트 글라스를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AR 글래스는 좁은 시야각으로 인한 불편함, 저조한 콘텐츠 등으로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AI와 디스플레이 발전에 힘입어 가능성을 되살리는 중"이라며 "미국 현지에서는 AI가 적용되는 점을 고려해 이 제품군을 AR 글래스가 아닌 AI 글래스로 정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XR칩 장악한 퀄컴, 부품 리더십은 中…사피엔반도체는 LEDoS 개발 집중
XR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회복되면서 AI 글래스의 핵심 부품 공급 업체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마트폰 시장 내 공급 업체들이 수억 대에 달하는 스마트폰 출하량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익을 구가해왔던 만큼, XR 시장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덕이다.
AI글래스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는 퀄컴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퀄컴은 자체 소프트웨어 스택 솔루션과 AP 기술을 활용해 XR용 칩을 잇따라 출시해온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온디바이스AI 역량을 갖춘 차세대 칩 '스냅드래곤 XR2+ 2세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외 디스플레이 패널과 배터리, 배터리관리칩(BMIC) 등 영역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대부분 기술 리더십을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사용 디스플레이 패널인 LCD(LCoS)와 고성능 마이크로LED(LEDoS) 제품을 중국의 2개 업체 정도가 주도하고 있다. 이밖에 광학렌즈, 렌즈의 빛이 지나가는 통로인 웨이브가이드 등 역시도 중국 기업이 대부분 장악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사피엔반도체가 LEDoS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개발하며 관련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LEDoS는 무기발광 소자인 마이크로LED 모듈의 일종으로, 저전력·장수명·고화질 특성을 갖춘 꿈의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LEDoS DDI는 각 픽셀을 구동하기 위한 반도체 칩이다.
사피엔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를 내장한 지능형 능동 픽셀회로인 자체 특허 기술 'MiP'를 기반으로 디스플레이의 고효율·저전력·빠른 응답속도를 구현하고 있다. 또 AI 글래스의 기능을 고려해 저전력으로 구동 가능한 기술력을 갖췄다.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 받아 지난달 미국 글로벌 빅테크와 AI 글래스용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구동칩 공동 개발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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