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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맹위에도 삼성, 1Q 스마트폰 왕좌 수성…개방형 AI 생태계에서 갈렸다

옥송이 기자
갤럭시 S25 울트라에 탑재된 제미나이가 MWC25 관련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갤럭시 S25 울트라에 탑재된 제미나이가 MWC25 관련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삼성전자가 애플의 공세 속에서도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1위를 지켰다. 애플은 미국발 관세 폭탄에 앞서 올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을 대폭 늘리고 신작을 내놓은 바 있다. 연초부터 격화된 모바일 전쟁에서 삼성전자는 애플 대비 비교 우위로 평가받는 인공지능(AI)폰 전략을 무기 삼아 성공적인 방어전을 치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0% 점유율로 출하량 기준 1위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했다. 지난 2023년 감소세를 끝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회복세가 이어졌고, 무엇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인한 관세 불확실성이 출하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상호관세 등 미국 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기업들은 1분기에 피해 최소화 채비에 돌입했다. 애플도 그중 하나다. 아이폰 등 주요 제품을 중국에서 조달하는 애플은 관세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졌다. 중국이 관세전쟁의 맞수로 떠오르자, 미국은 중국에 대해 총 1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애플은 높은 관세가 부과되기 이전에 중국을 비롯해 인도에서 생산한 주요 제품을 미국으로 급하게 이송시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인도 내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과 타타 일렉트로닉스는 지난 3월 한 달간 20억달러 규모의 아이폰을 미국에 수출했다. 물량을 확보한 애플은 당분간 제품 가격 인상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애플의 제품 재고 확대는 수치로 입증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올 1분기에 아이폰 5790만대를 출하했다. 이는 5260만대를 생산한 전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애플의 1분기 공격적인 행보는 비단 물량 확보에 그치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신제품까지 내놨다. 통상 1분기는 연초에 플래그십인 갤럭시 S 시리즈를 내놓는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인다. 반면 1분기에 잠잠한 애플은 3분기에 아이폰 신작을 내놓으며 점유율을 끌어 올린다. 그러나 올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선한 보급형 스마트폰 신작 아이폰 16e를 출시한 것이다.

아이폰 16e는 이전 모델인 SE 시리즈 대비 높은 가격에도 불구, 신흥시장과 일본 등에서 높은 수요를 보이며 흥행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를 전작 대비 늦은 시기 출시했음에도 불구, 1분기에 뒷심을 발휘하며 판매고를 높였다. 특히 삼성전자의 3월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 시기는 애플이 'AI 허위 논란'에 휩싸인 기간과 맞물린다.

당초 애플 지난해 6월 자사 AI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고, 점진적인 AI 기능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지난달 애플은 돌연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능인 '개인화된 AI 시리' 출시 일정을 미뤘다. 발표 직후 애플은 뭇매를 맞는 것은 물론, AI 허위 광고 혐의로 소송에 휩싸였다. 과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애플은 AI에 있어서는 낙제생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이폰 16e. [ⓒ애플]
아이폰 16e. [ⓒ애플]

해당 원인 가운데 하나로 애플의 폐쇄형 생태계가 지목된다. 그간 애플은 애플 실리콘과 iOS 운영체제로 대표되는 자체 개발 생태계에 주력해 왔다. 빅테크 기업을 필두로 AI 개발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도 애플은 폐쇄형 생태계를 고수했고, 결국 AI 후발주자로 전락한 것이다.

반면 개방형 AI 생태계 전략을 택한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생성형 AI폰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지난해 첫 생성형 AI폰으로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에도 파트너사 구글의 제미나이를 채택하며 AI 혁신을 가속화했다. 삼성은 구글뿐 아니라 삼성을 퀄컴, MS 등 탄탄한 AI 파트너십에 기반해 하이브리드 AI를 제공한다.

아울러 온디바이스 AI에 집중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은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를 오가는 개방형 AI를 통해 AI 경쟁에서 애플보다 한발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삼성은 플래그십뿐 아니라 중저가 라인업까지 AI를 확대하며 AI폰 점유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열린 MWC25에서는 중저가 라인업 전용 '어썸 인텔리전스'를 탑재한 갤럭시 A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부문장 사장은 연초 CES2025에서 AI폰 전략에 대해 "지난해 갤럭시 S24 시리즈가 모바일 AI 시대를 열며, 2억 대 이상 기기에 갤럭시 AI를 지원했다"면서, "2세대 AI폰인 갤럭시 S25로 AI폰 대중화를 이끌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내달 역대 갤럭시 가운데 가장 얇은 '갤럭시 S25 엣지'를 출시한다. AI폰에 이어 초슬림폰 시장에서도 애플에 앞서는 동시에, 삼성 모바일 부문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2분기 실적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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