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마저 죽 쑤는 'XR 기기'... 불투명해진 OLEDoS '청사진' [소부장디과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XR(확장 현실) 기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디스플레이 업계는 마이크로 OLED(OLEDoS) 판매 확대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애플의 야심작 '비전 프로' 등 주요 XR 기기의 판매 부진으로 OLEDoS 시장 개화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애플을 비롯해 메타, 소니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XR 기기 시장에 뛰어들며 차세대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는 애플의 야심작 '비전 프로' 출시로 기대감은 더욱 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XR 헤드셋 출하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39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XR 시장 성장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정체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 비전 프로마저 판매량 저조로 점유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면서 XR 시장을 둘러싼 비관론까지 확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출시 직후인 올 1분기 16%를 찍었던 애플의 XR 시장 점유율은 2분기 3%까지 급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미국 내 비전 프로 판매량이 올 상반기 17만대에 그쳐 30만~40만대 판매량을 기대한 당초 전망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 3·4분기에는 2만~3만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3499달러(약 482만원)라는 고가로 인해 대중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메타)도 고전하고 있다. 메타의 퀘스트 헤드셋 라인의 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리얼리트 랩 사업부는 2020년 하반기 이후 손실이 총 5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 같은 손실에 지난해는 999달러에 달하는 퀘스트 프로 생산 중단을 결정, 현재 200달러짜리 퀘스트2 헤드셋과 500달러짜리 퀘스트3만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애플 비전 프로 대항으로 출시 예정이었던 프리미엄급 MR 헤드셋 개발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XR 기기 시장이 예상보다 더딘 시장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XR 기기에는 마이크로 OLED 패널, 특히 실리콘 기판 위에 OLED 소자를 증착한 OLEDoS가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은 만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OLEDoS는 기존 LCD나 OLED 대비 훨씬 높은 픽셀 밀도를 제공할 수 있어 XR 기기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앞서 OLEDoS 투자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중국 기업들의 긴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OLEDoS 양산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장비들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레이크사이드라이트닝세미컨덕터(레이크사이드)는 선익시스템에서 OLEDoS 전용 증착기를 공급받기로 했다. 선익시스템은 지난 2월 333억원 규모 증착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장비는 내년 1월 공급될 예정이다.
BOE는 올해 초 OLEDoS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차세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CSOT 또한 OLEDoS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며 생산 라인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CSOT는 현재 자체적으로 OLEDoS 패널을 양산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 공정을 도입하고 있으며,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파일럿 라인만 구축,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XR 기기 수요 증가에 따른 성장을 기대했으나, 시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의 향후 전략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XR 기기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와 함께 더 다양한 콘텐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XR 기기 시장은 하드웨어 성능이 우수하지만, 고가와 콘텐츠 부족으로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디스플레이 업계는 XR 기기와의 상생을 위해 기기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더 많은 제조업체와 협력해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OLEDoS와 같은 고성능 디스플레이 기술이 상용화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시장 반등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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