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미키17’로 재점화된 영화계 홀드백 문제...레거시의 단순 몽니일까?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미키17이 벌써 OTT에 공개 됐어?”
영화관에서 관람하지 못한 영화가 상영 종료되더라도,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세상이다. 이전과 달리 개봉 후 1~2개월만 기다리면 금세 해당 작품을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에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상영 기간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빠르고 편리하게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뒷단에는 영화 유통 시장 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특히 극장에서 처음 상영된 이후 주문형비디오(VOD)나 OTT에 유통되기까지 유예기간을 의미하는 ‘홀드백’ 문제를 두고선 제작사, 영화관, IPTV, 케이블TV(SO), OTT 업계에서는 저마다 입장에서 각기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17’이 개봉 이후 18일만에 OTT에 공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는 약 한달여만에 VOD 및 OTT 스트리밍을 시작하게 됐지만, 이조차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이라는 평가 나오면서 홀드백 논란이 재점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 한편에서는 홀드백 기간 단축으로 이용자 편익 증진 및 콘텐츠 플랫폼 경쟁력 확보 장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내 영화 시장 존속과 콘텐츠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홀드백 관례가 지켜져야 하며,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경쟁 동력…OTT “시장 지형 변동 따른 당연한 변화”
가장 수혜를 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곳은 단연 OTT 플랫폼이다. 펜데믹 사태 이전에는 홀드백 관례에 따라 영화관 상영 개봉 후 통상적으로 6개월이 지나야 해당 작품을 라인업에 편입시킬 수 있었다. 그 사이 이용자들은 대부분 영화관에서 관람을 마치거나, 1~2개월이 지난 시점에 먼저 공개된 IPTV 및 SO 주문형비디오(VOD)로 감상을 완료했기 때문에, 그 이후 시청자들을 플랫폼으로 유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그런 와중 OTT 사업자들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를 계기로 기회를 잡게 됐다. 극장가에 영화 개봉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 속, 영화 제작사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OTT는 이점을 파고들었고, 직접 영화 판권을 사들여 새로운 독점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펜데믹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홀드백 관례가 차츰 깨지기 시작하면서 OTT의 이같은 전략은 주요 독점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난 2023년 6월에는 국내 OTT 쿠팡플레이가 ‘존윅4’를 개봉 이후 불과 59일만에 쿠플클럽 회원에게 3일 간 공개하면서 크게 단축시키는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 기간이 더 짧아지는 분위기다. 봉준호 감독 작품 ‘미키17’의 경우 저조한 흥행 성적 탓에 개봉 후 약 한달만에 극장 상영을 종료하고 쿠팡플레이 등 OTT 플랫폼에 공개됐다.
OTT 관계자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보”라며 “제작사 입장에서도 극장 수익이 저조하거나, 개봉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홀드백을 당겨서라도 OTT 판매를 해서 좀 수익을 최대한 맞춰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OTT업계에서는 되려 홀드백 논란 자체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지난 2023년에는 논란이 확대되면서 정부에서 홀드백을 4~6개월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다만, 실제로는 정부 지원 영화를 대상으로만 시범적용하기로 하고, 모든 영화에 대해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업계 의견 차로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제작사 “흥행만 된다면, 뜨거운 감자가 대수랴”
제작사는 홀드백 문제와 관련해 비교적 수동적인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홀드백 관례 준수 여부를 주체적으로 결정하기에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품 공개 및 투자금 회수가 중요한 제작사 입장에서는 OTT든 영화관이든 수지타산이 맞는 유통 채널과 손을 잡는 것이 최선인 셈이다.
이는 작품 흥행 전략 옵션이 늘어난 것이기도 하다. 개봉 전부터 극장가 흥행이 불투명할 경우, OTT와 협상해 판권을 넘기는 방법으로 수익을 강구할 수 있다. 혹은 개봉은 했으나, 상영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OTT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된 셈이다.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콘텐츠를 제작해 판매, 유통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수지타산이 맞는 곳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영화 산업 흥행이 쉽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OTT로 직행하는 방법이 생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VOD 경쟁력도 OTT에 넘겨줄 판…심란한 ‘SO·IPTV’
SO와 IPTV 업계는 속내가 복잡하다. 홀드백 단축에 따른 콘텐츠 확보 속도 높이고, 독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그 기회를 모두 OTT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전에는 OTT 편입에 앞서 VOD를 공개하는 것이 통상적인 유통 순서였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VOD 단건 수익을 고려하면, 구독 기반 OTT에 앞서 IPTV나 SO에 공개하는 것이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OTT 플랫폼 이용자가 급증한데다가, OTT 측에서 VOD 단건 수익을 뛰어넘는 판권 가격을 제시하는 등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VOD 공개 순서를 생략하고, 바로 OTT에서 공개되는 사례도 차츰 증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홀드백 단축에 따른 혜택은 고사하고, 오히려 매출이 감소되는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TV VOD 매출은 1698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9억원) 감소하면서,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극장 시장과 연동된 TV VOD 시장 특성상 극장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면서 TV VOD 시장 역시 전년 대비 매출액이 소폭 줄어든 결과”라며 “TV VOD와 OTT 사이의 짧은 홀드백도 TV VOD 매출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울상’ 상영관, 독점 상영 경쟁력 약화
가장 애가 타는 것은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등 영화 상영관을 운영하는 사업자다. 당초 홀드백 존재 자체가 영화관 상영 경쟁력을 뒷받침해주는 수단이었다. 홀드백 기간이 급속도로 단축되면서, 관객들 사이에서는 ‘영화관을 가지 않아도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실제로 펜데믹 사태 종료 이후 관객수 회복세를 보이던 극장가는 지난해 다시금 관객수 하락세로 전환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1945억원으로 전년 대비 5.3%(669억원) 감소했고, 전체 관객 수는 1억231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201만 명) 줄었다.
펜데믹을 상황에서 홀드백 관행이 깨지고, 그 과정에서 관객들의 인식 전환까지 이뤄지면서, 영화 상영관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진 상황이다. 가장 조급한 입장인 만큼, 이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홀드백 법제화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관련 학계 일부에서도 홀드백 법제화에 대한 찬성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홀드백 단축에 의한 극장가 경쟁력 저하가 한국 영화 산업의 지속 가능성 및 성장 장벽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극장가 관객수가 저하하면서 영화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곧 다양한 영화 창작의 발목을 잡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홀드백 논란이 본격화 된 지난 2023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에서 “이미 많은 국가들이 펜데믹 이후 급성장한 OTT로부터 자국 영화 산업을 지키기 위해 미디어 홀드백을 법제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국내 영화 산업 및 관람 문화 보호를 위해서는 홀드백 기간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단순히 자본 논리대로만 움직이게 되면서 시장 경쟁이 과열될 경우에는 중장기적으로 영화 제작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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