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D] SSG닷컴·G마켓 구하는 ‘용진이형’ 승부수…C커머스·2강 체제 흔들릴까
국내외 커머스 분야에선 새로운 흐름에 맞춰 변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현상도 생기고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죠. <디지털데일리>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야기들을 찾아 전달하고자 합니다. ‘트렌디’한 소비자가 되는 길, 시작해볼까요?<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지난 한 주, 유통업계 빅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범삼성가’ 신세계와 CJ의 만남을 꼽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신세계그룹은 지난 5일 CJ그룹과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을 진행했습니다. 계열사들끼리의 협력은 있어왔지만 그룹 차원에서의 의기투합은 사실상 처음이라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신세계그룹 계열 전자상거래 플랫폼 SSG닷컴의 물류 시스템을 CJ대한통운이 맡는 방안입니다.
SSG닷컴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일찍부터 물류 시스템 구축에 공들인 업체로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곳입니다. 이처럼 가장 핵심이었던 물류 시스템을 CJ대한통운이 전담할 수도 있다고 하니, 일각에선 신세계그룹이 사실상 이커머스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습니다.
속내도 과연 그럴까요. 우선 SSG닷컴은 상품 측면에서 타사가 보유한 상품들은 물론, 추가적으로 이마트 피코크·브랜드와 비교적 저렴한 생필품들, 다양한 가공식품 등 더 많은 가짓수의 상품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쿠팡처럼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설해 직접 배송해왔던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지요.
SSG닷컴 물류센터인 ‘네오’(NExt Generation Online Store)는 2014년 용인 보정동에 ‘네오001’을 통해 첫 선을 보인 바 있습니다. 네오센터는 전통적인 물류창고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미래형 온라인스토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주문과 배송을 처리하는 과정의 대부분이 자동화 설비에 의해 이뤄지지요.
현재 보정동의 ‘네오001’과 함께, 2016년 김포 고촌읍에 ‘네오002’, 바로 옆에 2019년 ‘네오003’이 세워진 상황입니다. 특히 네오002는 지난 2019년에도 미디어에게 한 차례 공개가 된 바 있었는데요. 밀키트, 베이커리, 샐러드 등의 가정간편식(HMR)과 프리미엄 신선식품, 신규 소싱을 통한 물품들이 SSG닷컴 새벽배송 주력 상품으로 네오002 등 네오센터를 거쳐 나가곤 했습니다.
당시 SSG닷컴 측은 지방권에는 (네오센터를) 5개로, 전국 총 11개로 오픈해 전국 물류 네트워크를 갖추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5년 내 하루 26만건 정도의 배송수요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에서였는데요.
하지만 지금, 신세계그룹은 CJ대한통운이라는 와일드카드를 꺼냈습니다. 우선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앞서 언급됐던 네오센터 운용비가 어마어마합니다. 또, 5년 새 쿠팡과 네이버쇼핑, 즉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2강 체제가 굳건히 자릴 잡게 된 것도 큽니다. 2강 체제에 밀려 G마켓 등 이마트 이커머스 자회사들의 매출과 이용자, 수익은 지속적으로 줄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복병도 나타났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테무(Temu) 등 C커머스(차이나+이커머스)가 등장하면서 안 그래도 좁은 국내 시장 파이를 나눠먹으려고 초저가로 파상 공세 중이지요. 약속의 5년이 지난 현재, 분위기 반전이 절실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에게는 이커머스 적자 탈출을 위한 승부수가 필요했을 테지요. 정 회장이 사촌형 이재현 회장이 이끌고 있는 CJ그룹과의 전면적 협력 강화를 추진한 배경입니다.
이에 따라, SSG닷컴은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의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이 맡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포 네오센터 두 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입니다.
SSG닷컴뿐만 아니라 G마켓 물류도 CJ대한통운에 맡기는 방안을 고심 중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여러 택배사들이 나눠 맡아왔던 ‘익일 도착 보장’ 서비스인 스마일배송 등을 다음달부터 CJ대한통운과 시작하면 쿠팡 ‘로켓배송’과 경쟁할 토대는 충분히 마련됩니다. 물류는 CJ대한통운이 전담하고 신세계는 상품 개발과 판매 채널로서의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요.
G마켓과 SSG닷컴은 물류 전문기업인 CJ대한통운의 배송 네트워크를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여 고객 편익을 증대할 수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의 생산성 혁신 프로젝트를 통한다면 물류 운영 원가를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신세계그룹 측의 설명입니다. 어찌 됐든 CJ대한통운은 대폭 늘어난 물류 물량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된 것이고요.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 대신, 그로서리 분야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게 SSG닷컴 계획입니다.
‘용진이형’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승부수는 과연 통할 수 있을까요? 우선 유통업계는 CJ그룹이 신세계와 협업을 시작한 만큼, ‘반(反) 쿠팡 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쿠팡·네이버쇼핑 등으로 이뤄진 2강 체제를 무너뜨리고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 회복에 성공하고 수익을 더욱 낼 수 있을지, 두 회사 간의 합종연횡을 계속해서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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