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호실적에 SK하이닉스 '함박웃음'…차세대 HBM 경쟁 구도 어디로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인 미국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훌쩍 넘는 1분기 실적을 내놨다. 아울러 실적 발표에서 AI칩에 대한 수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거둘 성과에도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22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 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매출 260억달러(약 35조원), 영업이익 169억달러(약 23조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기록한 71억9200억달러 대비 262% 증가한 수치로, 월가 전망치였던 246억9000만달러를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월가 전망치인 128억3000만달러 대비 40억달러 가까이 웃돌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차세대 산업 혁명이 시작됐다"며 "기업과 국가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1조달러 규모의 기존 데이터센터를 가속화된 컴퓨팅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유형인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해 AI를 생산하고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지난 3월 공개한 차세대 AI칩 블랙웰이 이번 분기 출하를 앞두고 있어, 이에 따른 신규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AI칩 핵심 기업의 호실적에 SK하이닉스 주가도 날아올랐다.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20만4000원(전일 대비 3.55%)을 기록한 이래 장 마감 기준 20만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만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주가 상승에는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의 최대 HBM 고객사라는 점이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HBM2E(3세대 제품)이 탑재된 GPGPU 'A100'을 시작으로, 지난해 H100에 탑재되는 HBM3까지 엔비디아향 HBM 물량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올해 B100·200에 탑재될 차세대 제품 HBM3E 역시 SK하이닉스 제품이 주력으로 탑재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년까지 AI칩 수요가 공급을 압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공급자의 실적도 엔비디아와 함께 동반 상승할 것으로 풀이된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우려가 제기됐던 신작 B100를 (엔비디아가) 예정대로 3분기 양산, 4분기 출하 시작을 언급했다"면서 "B100은 HBM을 192GB 채용할 예정으로, 이는 전작인 H100(80GB), H200(141GB)에 비해 매우 큰 폭의 메모리 채용량 성장이며 이로 인해 국내 HBM 메이커들이 쉴틈없이 HBM을 생산해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기대치에 부응하듯 차세대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삐를 당기고 있다.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 부사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HBM3E 양산에 필요한 시간을 50% 단축했다"며 "이 칩의 목표 수율이었던 80%에도 거의 근접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권 부사장은 이어 "올해는 고객이 가장 원하고 있는 8단 HBM3E 생산에 주력하는 중"이라며 "AI 시대에 앞서나가기 위해 수율 향상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열린 국제메모리워크숍(IMW 2024)에서는 7세대 제품인 HBM4E를 2026년까지 양산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당초 2027년으로 계획했던 양산 일정을 1년 앞당긴 것이다. 김귀욱 SK하이닉스 HBM선행기술팀장은 "HBM은 1세대 개발 이후 2년 단위로 제품이 개발됐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HBM3E 이후 개발 주기가 1년 단위로 빨라졌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양산으로 계획했던 12단 HBM4(6세대) 제품도 내년으로 앞당겨 양산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HBM 점유율 격차도 올해를 기점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가 유력 AI칩 기업인 엔비디아의 메인 공급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덕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HBM 예상 수요량 대비 SK하이닉스 생산량이 60%를 점유할 것"이라며 "HBM3·HBM3E 시장 진입이 늦어진 경쟁사의 생산량은 동사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올해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상당히 벌어지고 하반기 공급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우세를 점쳤다.
삼성전자는 이번 HBM 실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인적 자원 투입에 나섰다. 지난 2019년 HBM 개발팀 해체라는 패착을 뒤집기 위해 올 3월 HBM 개발팀을 신설, 엔비디아향 HBM3E·HBM4 공급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이 GPU와 함께 첨단 패키징으로 설계되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인 탓에 HBM3E 등까지는 SK하이닉스에 경쟁력이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인프라가 바뀌는 16단 HBM(HBM4)부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의 관련 대응력도 이곳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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