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체인저] ② 'HBM 선두' SK하이닉스, 6세대 장담 못해…쫓아오는 삼성전자
미중 패권경쟁과 국지적 충돌로 인해 글로벌 정세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 산업군 역시 그 경쟁양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반도체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공급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난제로 꼽힌다. 또한 AI를 시작으로 소부장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사까지 신규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19주년을 맞이해 산업군을 뒤바꾸는 주요 요소들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변화 양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두각, 우위를 점했던 SK하이닉스가 HBM4(6세대)에도 선두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경쟁사 삼성전자가 여러 성과를 내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어서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I(인공지능)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업계 간의 경쟁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으로, AI 시대의 필수 반도체로 손꼽힌다. 챗GPT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 시스템 구성에 들어가는 그래픽저장장치(GPU) 프로세서 옆에 붙여서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 전반적인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널리 사용되는 만큼, HBM 비중은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D램 매출에서 HBM 차지 비중은 지난해 8%에서 올해 21%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5년에는 3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HBM 분야에서 선두를 지켜온 곳은 SK하이닉스다. 2013년 HBM을 가장 먼저 개발, 기술력까지 우위를 점하며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글로벌 점유율은 53%다. 엔비디아 GPU H100에 4세대 HBM인 HBM3를 독점 공급할 뿐 아니라 2분기 출시할 예정인 GPU B100에도 5세대 HBM3E를 공급할 예정이다.
주목되는 점은 4세대 HBM까지 SK하이닉스에 점유를 넘겨주며 체면을 구겼던 삼성전자는 최근 반격에 나서며 실제 성과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는 것은 세계 최초로 36GB(기가바이트) HBM3E (5세대) 12H(12단 적층) D램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24Gb(기가비트) D램 칩(3GB 용량)을 TSV(실리콘 관통전극) 기술로 쌓아올려 구현했다. 초당 최대 1280GB의 대역폭과 현존 최대 용량을 제공, 성능과 용량 모두 4세대 HBM3 8H(8단 적층) 대비 50% 이상 개선했다. 1024개의 입출력 통로(I/O)에서 초당 최대 10Gb의 속도를 지원,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40여편을 업(다운)로드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12단 적층 HBM3E 24GB를 개발했으나, 삼성전자가 먼저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고 더 높은 용량과 대역폭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사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의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HBM3E 12H'에 친필로 '승인' 서명까지 남기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HBM에 있어서는 SK하이닉스에 뒤처지기만 했던 삼성전자가 서서히 치고 올라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
삼성전자의 이 같은 성과에 SK하이닉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오는 2026년 상용화할 HBM4 제작 방식을 두고 서로 '디스 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MR-MUF(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 방식을, 삼성전자는 TC-NCF(비전도성 접착필름) 방식을 활용해 HBM을 제작한다.
윤재윤 삼성전자 D램 개발실 상무는 인터뷰를 통해 "HBM은 제품 세대별로 일정 이상의 두께를 넘어설 수 없어 많이 쌓을수록 코어다이의 두께는 얇아지게 된다"며 "그러다 보면 칩의 휘어짐이나 깨짐 현상으로 조립 난도가 높아지고 열저항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가 차용한 방식의 단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MR-MUF 기술이 하이스택(High Stack)에서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라며 "현재 어드밴스드 MR-MUF기술로 이미 HBM3 12H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MR-MUF 기술은 과거 공정 대비 칩 적층 압력을 6% 수준까지 낮추고,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4배로 높이며, 열 방출도 45% 향상시켰다"라며 "어드밴스드 MR-MUF기술은 기존 기술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방열 특성을 10% 더 개선했다"라며
그러면서 "또한 칩의 휨 현상 제어(Warpage control)에도 탁월한 고온⋅저압 방식으로 고단 적층에 가장 적합해 16단 구현까지 순조롭게 기술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6세대 HBM에선 섣불리 누가 우월하다고 보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HBM3E 12단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삼성전자가 더는 약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HBM4에선 고객사 커스터마이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양사의 희비도 갈릴 것이다. 현재로선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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