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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장보고서] '차세대 HBM' SK 선두, 뒤쫓는 삼성…전장 MLCC 팔 걷은 삼성전기

배태용 기자

반도체⋅부품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반차장>이 지난 이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반차장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SK하이닉스]


선두 굳히는 SK하이닉스, 뒤쫓는 삼성…차세대 HBM 경쟁전 심화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가 시장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4세대 제품인 HBM3 생산을 확대하고 차세대 제품의 조기 양산에 돌입하는 방식을 택하면서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향 납품을 추진하는 삼성전자와의 선두 경쟁 구도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HBM3 생산에 대한 추가 물량 요청에 따른 대응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시장 투자 규모가 예상 대비 커지면서 관련 AI GPU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올해 5세대 제품인 HBM3E 생산 확대를 위해 HBM3 라인 전환을 추진해왔다.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는 삼성전자·마이크론의 시도가 가시화된 만큼, HBM3E를 적기 양산해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러다 이번 물량 추가 공급 요청이 들어오게 되면서 기존 HBM3 물량을 줄이지 않고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하게 됐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넘치는 수요 속 물리적 생산 공간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기존 후공정 효율 강화 또는 공동개발라인 생산 전환 등으로 일부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이와 더불어 차세대 제품 양산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2027년이었던 7세대 제품 HBM4E 개발을 2026년까지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김귀욱 SK하이닉스 HBM선행기술팀장은 지난 13일 열린 '국제메모리워크숍 2024(IMW 2024)'에서 "HBM은 1세대 개발 이후 2년 단위로 제품이 개발됐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HBM3E 이후 개발 주기가 1년 단위로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HBM4E는 개발 초기 단계로 상세 스펙 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10나노미터(㎚)급 6세대(1c) D램이 코어다이에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양산 준비 중인 HBM3E에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이 탑재된다. 구체적인 단수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20단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HBM4E에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HBM3E까지 어드밴스드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 기술을 적용해왔지만, 20단 적층 이후부터는 얇아지는 칩 두께와 열 방출 특성 문제가 심화되는 탓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이 범프 없이 구리 간 접합으로 칩 두께·간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만큼, HBM4(6세대) 20단 제품 이후부터 본격적인 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HBM4E 시기를 앞당긴 것이 삼성전자·마이크론과의 차세대 제품 경쟁에서도 승기를 잡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어드밴스드 MR-MUF가 적용되는 제품까지는 상대적 우위를 가져갈 수도 있지만, 하이브리드 공정부터는 구도가 재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 시기를 앞당겨 신 공정에 선제 진입한다면 상대적 우세를 다시 한번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김위헌 삼성전기 MLCC개발그룹장 상무가 MLCC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기]


9.2조 전장 MLCC 잡는다…삼성전기, 원재료 내재화로 '기술⋅효율' 두마리 토끼

삼성전기가 주력 사업 MLCC(적층세라믹새패시터)의 영역을 전장, AI(인공지능) 분야로 확대, 체질 개선을 도모한다. 원재료와 양산을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 차별화 기술을 통해 올해 전장용 MLCC 매출 1조원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MLCC 제품 학습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AP, IC) 등 능동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부품이다. 또, 전자제품 안에서 신호간섭(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대부분 사용된다. 제품의 크기는 머리카락보다 얇아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0.4mm*0.2mm(머리카락 두께 약 0.3mm)부터 5.7mm*5.0mm까지 다양하며, 최신 스마트폰에는 1000여개, 전기차는 1만8000개~2만개 정도 들어간다.

IT MLCC에 비해 가격도 역시 3배 이상 비싼 고부가 제품인 데다, 전기차 시장에 힘 입어 수요도 폭발하고 있어서다.

전기차 성장률은 올해도 두 자릿수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도 내연기관 대비 MLCC 소요원수가 최대 2배 수준이므로, 전장용 MLCC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ADAS(첨단운전보조시스템)의 보급도 지속 증가하면서, 올해는 Lv.2이상 적용 비율이 4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인 TSR에 따르면 전장 MLCC 시장은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에는 9조5000억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에 삼성전기는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2018년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MLCC 핵심 기술인 원재료를 직접 개발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업체는 극히 소수다. 삼성전기는 최근 부산사업장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2020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특히 자사 기술 및 공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용량 제품, 휨강도, 고온, 고압 등을 보증하는 전장용 제품군을 확충하고 있다. 2020년 자동차 파워트레인용(동력전달계) 3종과 제동장치에 들어가는 MLCC 2종을 개발했고, 2021년에는 ADAS용 MLCC 2종을 개발했다.

뒤이어 2022년에는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MLCC 13종 확대, 2024년에는 16V급 세계 최고 용량의 ADAS용 MLCC 2종과 1000V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전기차용 전장 MLCC 등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관련 매출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3월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은 전장용 MLCC 매출 1조 달성 목표를 세웠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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