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소관법 싸움에 등터진 통신사…행정지도 인정여부 '관건' [IT클로즈업]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동통신 3사가 정부 부처의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인데, 과징금을 물 위기에 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소관법이 서로 상충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행정지도를 내렸던 방통위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이제라도 두 부처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와 학계로부터 제기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각 사에 판매장려금(리베이트) 담합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보내고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 방통위 행정지도 따랐을 뿐인데…공정위 제재 받는 통신사

현재 단말 유통구조를 살펴보면 소비자가 단말기를 살 때 받는 지원금은 크게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으로 구분되는데 공시지원금은 이통사가, 추가지원금은 판매점 등 유통채널이 지급한다. 이 때 유통채널은 이통사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으로 추가지원금을 마련해 가입자를 유치한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위는 이통3사가 2015년부터 지난 10여년간 판매장려금을 통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담합했다고 봤다.

심사보고서에서 공정위는 시장상황반 운영을 통해 이들이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한 부분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하면서 번호이동 실적이 떨어지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더 많이 지급하고, 실적이 올라가면 판매장려금을 더 적게 지급해 의도적으로 경쟁을 피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공정위 판단에 대해 이통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지급해왔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현행법상 판매장려금 지급에 제한은 없다. 앞서 방통위는 2014년 유통망에 보조금 차등지급 문제를 해결해 이용자 차별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단통법을 마련했는데, 통신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공시지원금 외에 판매점에서 주는 추가지원금을 제한(공시지원금의 15%)한 것이 골자다.

다만 방통위는 이후 가이드라인을 통해 판매장려금의 상한선을 둔 상황이다. 판매장려금 차등지급은 유통채널 간 차별을 심화시키고, 이는 다시 이용자 차별로 이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현재 판매장려금을 30만원 이하로 지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이용자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에서 2014년 제정된 단통법을 성실히 따라왔을 뿐”이라며 “이를 공정위가 담합 행위로 몰고 있는 상황”이라며 호소했다.

◆ "통신 시장 특수특별법 우선돼야"

문제는 시장을 바라보는 두 부처의 시각이 다르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공정위는 통신사들이 경쟁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방통위는 통신 시장은 특수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통신 시장의 경우 오히려 정부가 개입해 경쟁을 규제해왔다. 2014년 단통법이 처음 제정된 것도 이통사 간 출혈 경쟁에 따른 이용자 차별을 막기 위함이었다. ‘갤럭시S3 17만원 사태’가 결정적 계기가 됐는데, 이통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유통망에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을 뿌렸다. 그 결과 출고가 기준 90만원이었던 갤럭시S3의 실구매가는 17만원까지 떨어졌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신 시장은) 해외에서도 과점체계가 일반적으로, 유사한 경쟁을 펼치는 특징을 가진다”라며 “통상 시장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나,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 활발한 경쟁이 이뤄지나 (통신시장의 경우) 그렇지 않다”라고 밝혔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간담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방통위가 이러한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방통위 역시 시장상황반 운영은 정당한 관리감독 행위라고 밝혀왔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며 "(방통위 의견을) 이미 여러번 브리핑한 것으로 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실제 방통위는 지난달 공정위에 공식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통3사 대표들이 공정위 단합 조사 건에 대해 신경써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시 반상권 방통위 심의관은 "공정위 쪽으로 방통위의 의견서를 보냈다"라며 "단통법이 가지고 있는 법률적 특성을 고려해 달라는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이통사가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낸 뒤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업계에선 올 하반기에나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가이드라인에 대해 공정위가 어떻게 해석할 지다.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으로 보는 경우 면책될 여지도 있다. 다만 ‘판매장려금 30만원’에 대해 명문화 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공정위가 인정할 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통상 공정위는 구두 행정지도에 대해선 인정해오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과징금이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통법이 정부에서 특정 시장에 대한 특별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여겨 제정한 특별법인 만큼, 공정거래법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해당 사안에서 무엇보다 방통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단통법이 제정될 때 '경쟁을 제한하는 법'이라는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 당시 공정위와 협의가 됐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라면서 "사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법을) 해석해 벌을 주기 시작하면 향후 기업이 사업하기 힘든 환경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