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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호갱’ 조장…단통법 개정안, ‘졸속 입법’ 우려 무시(종합)

강소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단말을 구매하면서 번호이동을 할 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 제정안 및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 개정안을 의결했다. [ⓒ디지털데일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단말을 구매하면서 번호이동을 할 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 제정안 및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 개정안을 의결했다.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이하 단통법) 시행령 개정이 강행됐다. 번호이동 가입자에 추가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골자로, 이동통신사업자 간 경쟁 촉진을 위해 또 다른 이용자 차별을 불사했다는 비난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단말을 구매하면서 번호이동을 할 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 제정안 및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환지원금은 공시지원금 외 주어지는 혜택으로,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부과되는 위약금이나 심(SIM) 비용, 장기가입자 혜택 등이 해당된다.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이통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사업자 간 자율적인 보조금 경쟁을 활성화해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단말기 구입 비용이 절감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라며 “지원금 공시 기준도 매일 변경할 수 있도록 개선해 사업자의 마케팅 자율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환지원금 도입으로 단말기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지원금 규모가 최대 2배까지 높아질 것으로 봤다. 번호이동 가입자는 공시지원금(최대 50만원)과 전환지원금(최대 50만원)에 더해 추가지원금 15%까지 받게되면 최대 115만원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현재 출고가 115만5000원인 갤럭시S24 256GB의 경우, 최대 공시지원금 50만원에 전환지원금 최대 50만원, 유통망 추가지원금은 15만원까지 받을 경우 사실상 공짜로 살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반발이 크다. 앞서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방통위가 고시에서 제시한 상한액 50만원이 설정 근거도 불명확하고 향후 그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도 성명서를 내고 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고시 제정이 이용자 차별 등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관련 고시 제개정(안) 등을 의결하기 위해 열린 14차 방송통신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관련 고시 제개정(안) 등을 의결하기 위해 열린 14차 방송통신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도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전환지원금 상한액 50만원이라는 설정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의견에 대해 이통사의 기대수익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안을 유지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역시 “알뜰폰 등 이해관계자들의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사업자) 보호대책 마련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현장에선 전환지원금이 오히려 이용자 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들도 이어졌다. 공시지원금은 신규·기기변경·번호이동 모든 고객에게 지원되는 반면, 전환지원금은 번호이동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롯이 이동통신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함이다.

이에 당초 단통법의 취지와 상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방통위는 “단통법 폐지로 가는 과도기로 봐달라”며 말을 아꼈다. 2014년 처음 제정된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일부 사용자에게만 과도하게 지급된 보조금을 부당한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였다.

게다가 전환지원금 도입에 따른 가계통신비 경감 효과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통위에 따르면 전환지원금은 결국 가입 요금제에 따라 차등 지급될 것이 유력하다. 즉, 전환지원금을 많이 받으려면 고가요금제에 가입해야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조삼모사’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환지원금은 당장 내일부터 도입된다. 제도가 곧바로 시행되는 만큼 전환지원금 지급에 따른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해 시장상황 점검반(반장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을 방통위, 이동통신 3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으로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통사 쪽에선 아직 전산개발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방통위가 “당연히 이통사가 해야되는 거 아니냐”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당장 전환지원금 지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선 '2023년도 전기통신사업자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결과'도 심의·의결했다. 방통위는 이번 평가결과 평가등급, 점수와 미흡사항, 우수사례 등을 사업자에게 안내해 업무개선을 유도하고, 평가결과가 '보통' 이하 및 연속적으로 '미흡'한 사업자는 집중 컨설팅을 실시할 계획이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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