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VM웨어 가격인상] 침묵하는 VM웨어에 속타는 기업들…공정위 제재 가능할까?

이안나 기자
[사진=브로드컴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브로드컴 홈페이지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이 지난해 가상화 소프트웨어 VM웨어를 인수한 후, 불똥은 VM웨어를 사용하던 기업들에 튀었다. VM웨어가 일방적으로 영구 라이선스 판매를 모두 종료하고 구독 패키지로 전환하면서 큰 폭의 가격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조정은 공정거래위원회도 쉽게 개입할 수 없는 부분으로 업계 불안은 커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브로드컴이 VM웨어를 인수한 후 구독정책으로 전환, 번들 제품 판매를 준비하면서 업계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VM웨어 개별 제품들을 2개 패키지로 통폐합하면서, 기업들은 특정 상품을 이용하려면 다른 솔루션까지 적용해야 할 수 있다. ‘끼워넣기’로 수익을 늘리려는 전략이라고 비판 받는 이유다.

외신에 따르면 VM웨어 경쟁사 뉴타닉스 제품·솔루션 담당 리 카스웰(Lee Caswell) 수석 부사장은 이번 VM웨어 정책에 대해 “파트너 지원 방법에 대한 일방적인 결정이며 충분한 이해를 시키지 않고 변경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링크드인이나 레딧 등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전 VM웨어 직원이라고 밝힌 마이클 레오날드(Michael Leonard)는 “그들은 가상머신(VM) 가격을 CPU당 가격에서 코어당 가격으로 전환했고, 원하지 않는 구성 요소를 강제로 구매하는 번들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달 초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VM웨어 일방적 가격 인상 정책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완전경쟁체제인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소프트웨어 추가 고정비용이 발생해 업계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실제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VM웨어가 국내 이커머스 기업에 제안서를 발송했다가 가격정책 변동으로 제안서를 회수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 이같은 입장을 낸 후에도 VM웨어로부터 어떠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VM웨어 가상화 SW인 ‘브이스피어(vSphere)’는 실상 업계 표준으로 통했으나 정책 변동으로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 이에 새 컨테이너형 애플리케이션 등 대안을 찾고 있긴 하지만, 비용절감하는 IT업계 분위기 속 변환·적응을 위한 시간과 비용도 부담인 게 사실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VM웨어 제안서를 받아야 기존 가격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데, 아직 VM웨어나 공정위 어디에서도 공식적인 설명을 한 적이 없다”며 “구독제 전환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이 높아져서 국내 기업들이 불합리하다고 여기더라도 공정위가 가격조정에 개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월 말 VM웨어 가격인상에 대한 국내 기업 우려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브로드컴과 콘퍼런스 콜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브로드컴과 VM웨어 기업결합을 10년간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를 감독하기 위한 목적으로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로드컴의 주장은 VM웨어 측에 확인해봐야겠지만, VM웨어 가격인상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가격 인상과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별개 건으로 봐야한다고 전했다”며 “(공정위도)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 기업결합을 할 때 소프트웨어 가격인상 문제는 공정위가 다룬 내용이 아니기 떄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로드컴과 VM웨어 기업결합에 있어 공정위가 초점을 맞췄던 건 ‘하드웨어’ 시장이다. 전세계 FC HBA(서버 연결하는 입출력 어댑터) 시장 1위 사업자 브로드컴과 가상화 1위 사업자 VM웨어가 결합했을 때, VM웨어가 브로드컴 경쟁·신규 사업자 부품에 대해 호환성 인증을 지연·방해하지 않도록 조건을 추가한 것이다.

즉 공정위는 하드웨어 시장에서 점유율과 관련해 생기는 문제는 심사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관련된 부분은 이번 기업결합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진전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는 상황에 재계약 시점을 코앞에 둔 국내 기업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늦게나마 공식적인 제안서를 받더라도 가격을 협상 여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떄문이다.

공정위 측은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되면) 기업결합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선 문제제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이와 별개로 공정거래법상 다른 조항들을 위반했는지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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