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도 방발기금 내야”…적자 보는 토종OTT들, 덩달아 ‘긴장’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넷플릭스를 겨냥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도리어 국내 OTT 사업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해외 OTT의 무임승차를 막겠다는 명분이 오히려 국내 OTT만 옭아매는 역차별을 부를 수 있단 우려에서다.
23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최근 방발기금 분담금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방통위가 운용하는 방발기금은 정부가 주파수 독점 사용을 허가해 주는 조건으로 일종의 세금처럼 걷어 마련하는 공적 재원으로, 콘텐츠 제작 지원 및 소외계층 방송 접근권 보장 등 여러 공공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통신사는 주파수 할당대가를, 방송사는 매년 방송 매출의 일정 부분을 지불함으로써 방발기금을 분담한다.
OTT의 경우 현행법상 기간통신사업자나 방송사업자(지상파·종합편성채널·유료방송사 등)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기금을 분담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OTT 또한 주파수를 기반으로 구축된 통신망으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공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의 경우 이른바 K-콘텐츠를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한 공공 재원에는 기여하지 않아 ‘무임승차’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방통위 또한 이러한 차원에서 OTT 특히 해외 거대 OTT 사업자들까지 방발기금 부과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이달 10일 국정감사에서 방발기금 부과대상 확대범위를 묻는 박완주 의원(무소속)의 질의에 “유럽의 경우 해외 사업자에 부담을 지우고 있는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방향으로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형평성 차원에서 해외 거대 OTT 사업자도 (분담금을 내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OTT 사업자가 방발기금을 분담하게 될 경우,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같은 해외 사업자보다는 티빙과 웨이브 등 국내 사업자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전세계 가입자 기반과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사업자들에 밀려 적자가 심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티빙, 웨이브, 왓챠의 영업손실은 각각 1192억원, 1217억원, 55억원에 이른다. 왓챠는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으며, 또 다른 토종 OTT 바요는 지난 8월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OTT에 방발기금을 부과할 경우, 국내 규제력이 잘 미치지 않는 해외 사업자들은 편법으로 빠져나가고 대신 국내 사업자들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은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대비 법인세도 제대로 내지 않는 게 현실인데 방발기금이라고 해서 충실하게 내려고 할지 또 정부가 그것을 제대로 감시해서 걷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은 심각한 적자 위기인 국내 사업자들만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단 OTT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에 방발기금을 징수할 명확한 법적 근거와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방발기금의 근거가 정부가 발행하는 ‘허가 사업’에 대한 징수인 만큼, 그렇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부과할 수 없다는 반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매출이 높다거나 위상이 달라졌으니 기금을 내야 한다거나 논리로는 사업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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