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 만에 마무리된 이동관 청문회…野 고발 예고 (종합)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강소현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약 14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야당 의원들이 언론 장악 시도와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 등 후보자 신상을 검증하는데 화력을 쏟아부은 가운데 ICT(정보통신기술) 현안에 대한 후보자의 전문성 검증은 비교적 뒷전이 됐다.
또 당초 ‘송곳검증’을 예고한 것과 달리, 이 후보자에게 타격을 줄 만한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후보자는 “추정만 가지고 말씀하시지 말라”라고 항의, 야당 의원들이 “추정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맹탕청문회’가 연출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후보자 관련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은 기관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 오전 신상 검증 ‘집중’… 아들 학폭 의혹 공방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고 후보자 검증에 나섰다. 오전은 후보자의 신상 검증에 집중됐다. 청문회 시작부터 여야 의원들 이 후보자의 아들을 둘러싼 학폭 의혹을 두고 부딪혔다.
앞서 이 후보자의 아들은 하나고를 다니던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총 4명의 동급생에 학폭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아들과 동급생 간 다툼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처벌할 수준은 아니었으며 선도위 결정으로 전학을 가게됐다고 주장했다. 또 아들이 피해 학생들과도 이미 화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아들의 학폭 의혹에 대해 거짓 해명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하나고는 이동관 아들 학폭사건에 대해서만 학폭위을 열지 않았다. 그동안 장난감총으로 위협하고, 째려만 봐도 학폭위가 열리는 하나고에서 왜 이동관 후보자의 아들에 대해서만 학폭위를 열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긴다”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또, 선도위 결정에 따른 전학 조치에 대해서도 “후보자가 두차례에 걸친 입장문에서 선도위 결정으로 아들에 대한 전학조치가 내려졌다고 했는데 선도위는 개최된 적도 없었다”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특히 이날 오후 이 후보자 아들의 학교 폭력 사실을 증언했던 당시 담임교사가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진실공방에 화력을 더했다.
하나고 담임교사였던 A씨는 학교 폭력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1학년 당시 당사자 간 화해했다는 (이 후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고등학교 2학년 때 아이들을 상담한 저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인사청문회에 앞서 보도를 통해 제기된 의혹 외 새로운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전학은 어떤 경위로 가게 됐는지 모른다”라며 “2015년 당시 이태준 하나고 교장선생님이 청문회에 나와 선도위 결정으로 담임선생님께 맡기기로 했다고 증언한 것을 그대로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언론장악 시도'도 도마 위…“언론장악” vs “홍보인 책무”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시절 언론자유 탄압을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은 공세를 이어갔다.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가 2008년 이병순 전 KBS 사장에게 전화를 해 아침 방송 진행자 교체를 요청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분이 당시 대통령(MB)를 비판했기 때문“이라며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또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등 국정원 작성 문건을 공개하며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중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자 대변인에게 보고했거나 요청했던 문건이 30여건 발견됐으며, 실제 실행이 확인된 게 9건 정도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는 조선일보에 대해 스트레이트 기사 조차 문제가 있다고 낙인을 찍고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부과해야 하는 논평에 대해서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류했다”라며 “언론과 상호신뢰를 가진다는 것이 친정부 성향의 우호적 기사를 쓴 언론에 대통령이 직접 격려전화를 하도록 하고, 정부비판적 보도는 문제로 낙인을 찍고 관리하는 것이 프레스프렌들리(Press-friendly) 언론관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후보자는 “대통령에 직접 격려 전화 하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현장에서 바꿔드린 적은 있다”라며 “이 정도는 어느 정부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백악관에서도 한다”고 반박했다.
문제보도를 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우호적 보도가 나오도록 노력하는 것은 홍보라인에 있는 사람의 기본 책무라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부당하게 압력을 가해 인사 조치를 한다든지 이를테면 방송편성을 바꾸도록 한다든지 이런 게 아닌데 문제 삼는 이유를 이해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 스스로 '스핀닥터' 역할을 했다고 칭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장제원 과방위원장도 나서 “대통령께서 언론사 사장하고 통화하면 안되냐?”라고 발언하며,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갔다.
◆ 새로운 방송 규제체계 마련 약속…재허가 재승인 제도도 검토
오후에는 이 후보자의 신상과 함께, 통신방송 분야에서 전문성 검증도 이뤄졌다. 특히 공영방송과 관련한 질의에서 그는 미디어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의 청사진을 묻는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질의에 "선진국 어느 나라도 공영방송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없다”라며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선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나머지 방송은 경쟁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유료방송 시장에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신규사업자와의 비대칭 규제를 없애는 등 변화한 미디어 시장의 현실에 맞는 새로운 규제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현행법상 OTT는 방송사업자와 달리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선 OTT 규제 공백이 유료방송사업자 등 전통매체와 역차별을 야기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후보자는 “(OTT) 역차별이나 규제 사각지대라는 문제점 해소를 위해서 지금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절한 규제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등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재허가·재승인 제도도 검토한다. 이 후보자는 "민영방송의 경우 특정 기준을 넘으면 굳이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또 공영방송은 폐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형식적인 조건부 재허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면서 "문제가 생기면 경영진을 문책하는 게 맞다. 이 부분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니 그런 방향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인사청문회는 이날 약 14시간이 지난 밤 11시45분경 산회했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 말미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은 기관들에 대해 고발 조치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보고 또는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한 자에 대해, 청문회의 경우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 연서로 고발할 수 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를 마치면서 "다양한 비판과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정책 구현에 반영하겠다"며 "제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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