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리그 34]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는가
[법무법인 민후 원준성 변호사] 미국의 AI 개발자 Stephen Thaler 교수는 16개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통상의 출원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는데, 그 발명이 인공지능 ‘DABUS(다부스)’를 통해 생성된 것이라는 점과, 다름 아닌 다부스가 발명자로 기재되어 출원되었다는 점이다.
출원서를 접수한 16개국에서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하는 발명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가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일부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취지의 결정이 있기는 하였으나(호주 연방 제1심법원 판결. 항소심 및 대법원에서는 인정하지 않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발명자는 자연인(natural persons)에 한정된다는 이유로 거절 결정을 내렸고, 유럽특허청, 독일, 영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위 16개국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특허청 역시 2022. 9. 28.경 자연인이 아닌 자를 발명자로 기재한 것은 방식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Stephen Thaler 교수의 특허출원이 무효라고 결정하였다. Stephen Thaler 교수는 그 무효처분은 위법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2023. 6. 30. 그 판결이 선고되었다(서울행정법원 2022구합89524 판결).
그 판결의 요지를 살펴본다. 대상판결의 결론부터 말하면 특허청의 처분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은 방식위반으로 무효에 해당한다고 본 특허청의 견해가 옳다고 서울행정법원은 판단하였다.
그 주된 근거는 ① 우리 특허법은 “발명을 한 사람”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특허법 제33조 참조), 발명자를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는 이상 자연인 아닌 AI는 이에 해당할 수 없다는 점, ② 다부스가 ‘강한 인공지능(인간이 개발하거나 제공한 알고리즘이나 데이터를 벗어나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보이는 점, ③ 특허법은 발명자에게 특허권을 원시적으로 귀속시키고 있으므로 발명자는 권리능력을 가짐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인공지능은 권리능력이 없는 점, ④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이 반드시 우리 사회의 기술 및 산업발전 도모에 궁극적 기여가 되는 것이라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요컨대 현행법상 발명자는 권리능력 있는 자연인으로 해석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납득할만한 내용이다. 특허법을 비롯한 현행법들은 인공지능의 창작행위나 생성행위를 예견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특허법을 판단기준으로 두고 특허청의 무효처분이 특허법 위반인지를 판단한다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람’에 인공지능이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도저히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행법을 전제로 한 현재 시점의 해석일 뿐이라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현재 인공지능의 기술발전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 활용도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그에 발맞춘 법제도 정비도 가속화 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인공지능 규제법안(the AI Act) 도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고, 우리나라 역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고,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법 등의 기존 법률에 대한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며, 여러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가 배포되는 등 관련 법 제도가 정비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롭게 정립되는 법 제도 아래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발명은 특허권이든 혹은 다른 어떤 명칭의 권리이든 간에 유효하게 제도권 내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을 통한 발명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다가온 현실이기 때문이다. 재산상 가치가 있는 발명이 현재 생성되고 있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것임은 분명한데, 그 법적 관계를 모호한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특허권이나 저작권 등 기존의 개별적 제도 내에서의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인공지능의 법인격에 관한 논의 등 일반법리 수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순간이라 하겠다.
<원준성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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