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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퀀텀점프] ③ "애플 놓치지 않는다" LGD, 중소형 선점 '물밑작업' [소부장

김도현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 8.7세대 OLED 투자 논의 지속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1000억원 투자를 결정하면서 LG디스플레이 행보도 주목을 받는다. 경영 환경상 당장 증설에 나설 수는 없으나 협력사들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마련한 6세대 라인에서 애플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응하면서 8세대 시설투자 시점을 조율할 계획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LG디스플레이는 1조원 내외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올해 3분기까지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적자의 늪에 빠진 만큼 LG디스플레이는 신규 투자를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 최근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하고 대형 OLED 투자를 5년 미룬 것은 회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IT용 OLED의 끈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향후 애플과 거래를 늘려 태블릿, 노트북, 자동차 등 OLED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함이다. LCD 이어 OLED까지 공세가 거세진 중국과 격차를 벌리려는 목적도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장비업체와 투자 이야기를 나눴다. 애플도 패널 공급망 이원화 차원에서 LG디스플레이를 밀어주고 있다”면서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는 박막트랜지스터(TFT) 등 주요 공정 장비 발주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중소형 OLED는 주로 스마트폰에 쓰였다. 액정표시장치(LCD) 대비 뛰어난 OLED 성능이 부각되고 가격, 수명 등 단점이 해소되면서 응용처는 넓어지고 있다. 6인치대 스마트폰에서 10인치대 태블릿, 노트북 등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태블릿 분야를 선도하는 애플은 2024년부터 OLED 기반 아이패드를 출시할 전망이다.

기존 스마트폰보다 더 큰 화면이 요구되면서 OLED 생산라인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원장(마더글라스) 크기를 6세대(1500mm X 1850mm)에서 8세대(2200mm X 2500mm)로 확장해 채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원장이 2배 이상 커져 한 번에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13인치 OLED를 제조한다고 했을 때 6세대와 8세대 원장에서는 각각 42장, 96장을 찍어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OLED 라인 설립에 나선 배경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에 돌입하지만 라인 본격 가동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빨라야 2025년 말부터 양산 가능하다. 내년부터 납품할 아이패드 OLED 물량은 우선 6세대 라인이 담당한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조단위 투자를 통해 확보한 6세대 라인에서 아이패드 OLED를 양산한다.

업계에서는 아이폰과 달리 아이패드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보다 높은 OLED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보다 교체 주기가 긴 태블릿에는 OLED 수명이 증대되기를 원했다. 이에 발광층을 2개로 쌓는 투스택 탠덤 기술이 고안됐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여 더 많은 기회를 가져가게 됐다는 후문이다. 내년 OLED 아이패드 출하량은 1000만대 내외로 예상되는데 이중 LG디스플레이 60%대, 삼성디스플레이가 30%대를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애플은 맥북에도 OLED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발점은 2026년이 유력하다. 이때면 삼성디스플레이의 8.6세대 라인에서 OLED가 양산되고 LG디스플레이도 라인 구축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경우 2026년 하반기부터 8.7세대 라인이 돌아갈 전망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중장기적으로 애플의 아이패드와 맥북 등 신규 기기에 OLED 납품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원가 측면에서 유리한 8세대 라인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이폰14 시리즈 패널 36%를 LG디스플레이가 처리했다. 지난해 상위 모델용 OLED 생산에 차질이 생겨 비중이 위축됐으나 정상화하면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애플도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 축소가 과제인 만큼 차기작인 아이폰15 시리즈에서 LG디스플레이 할당량을 키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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