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OLED 퀀텀점프] ② 日 몰락, 中 추격…韓 재도약 기회 [소부장디과장]

백승은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3'에서 선보일 양방향으로 화면이 확장되는 17.3형 '슬라이더블 플렉스 듀엣'. <출처=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3'에서 선보일 양방향으로 화면이 확장되는 17.3형 '슬라이더블 플렉스 듀엣'. <출처=삼성디스플레이>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한국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확대해 오는 2027년에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1위’를 되찾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1위를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는 게 가장 큰 과제다. 대형 OLED뿐만 아니라 성장이 전망되는 정보기술(IT)용 OLED,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2000년대 한중일 ‘디스플레이 삼국지’…승자는?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디스플레이 1위 국가는 일본이었다. 일본의 샤프,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JDI)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LCD 대형화 물살이 일며 삼성과 LG 등 한국 기업은 패널 공장 및 연구개발(R&D)에 투자를 결정했다. 결실은 2004년 맺어졌다. 당시 한국은 처음으로 일본에 1위를 탈환해 디스플레이 선두 위치에 올랐다. 이후 한국은 2020년까지 글로벌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렇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 기업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저렴한 LCD 패널 대량 공급 공세를 이어간 것. 2021년에는 결국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1위 중국(44.6%), 2위 한국(33.0%), 3위 대만(20.1%) 순서다.

전체 점유율은 중국에 내줬지만 한국은 여전히 OLED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OLED 기술로 다시 뛰는 韓…최우선 과제는 ‘기술력’ 초격차

한국은 기존 보유하고 있는 OLED 기술력과 생산성을 확장해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3년간 4조1000억원을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V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 PC 등 IT 기기에 OLED 채택 비중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관련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간 7000만대의 태블릿을 생산하는 애플이 1~2년 내로 OLED 패널을 탑재한 아이패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측되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T용 OLED뿐만 아니라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는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다. 매우 춥거나 더운 상황에서 버텨야 하며,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높은 시인성을 가져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관련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IT용 OLED 기술은 한국이 상당히 앞서 있는 기술이며,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유치로 중국 기업과 기술 격차를 수 년은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차량용 OLED를 비롯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기술력과 다양한 디자인이 요구되는데, 그 부분도 한국 기업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여전히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 인력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본의 중소형 OLED 전문 기업 JOLED가 파산하며 이와 같은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JOLED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 등 OLED 관련 고급 기술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디스플레이 학계 관계자들은 “일본 디스플레이 고급 인력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철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센터장은 “중국 기업이 JOLED의 엔지니어를 흡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문 교수는 “일본 인력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막을 수는 없다”라면서도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한국 기업의 기술력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 등을 통해 기술력 차근차근 쌓아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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