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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블록체인] USDC 페깅은 왜 깨졌을까?...망하는 美은행들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 은행 파산을 언급하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지난주 세계 주식시장이 한 번 휘청했죠. 바로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자 총자산 2000억달러인 금융기관인 SVB가 파산했습니다.

SVB는 실리콘밸리 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과 주로 거래해왔는데요. 연방준비제도(Fed)가 빠른 속도로 큰 폭의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기업공개와 자금조달이 어려워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은행의 실탄이라고 할 수 있는 예금 잔고도 감소해나갔습니다.

또 SVB는 장기채 투자에서 손실을 입었습니다. 앞서 SVB는 초저금리 시기에 수익률을 높이고자 장기채권 투자 비율을 높인 게 화근이 됐습니다. 금리인상 시기에 자금난을 겪게 된 많은 스타트업이 예금 인출에 나서자, SVB는 보유 채권을 헐값에 매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금리 시기에 유리한 채권 투자방식은 고금리 시기에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제도권 안 금융사 파산은 비제도권 가상자산 시장에도 불안을 야기하는데요. 해당 소식에 이틀 만에 나스닥 은행주는 12% 가량 하락했죠. 나스닥 시장과 동조화 현상을 보인 가상자산 시장에도 역시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게다가 SVB보다 먼저 청산을 알린 가상자산 관련 기업 전문은행이었던 실버게이트 은행의 존재는 시장 충격을 더했습니다. 일련의 사태로 미국 달러와 1대1로 가격이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USDC 페깅이 깨졌습니다. 1USDC가 1달러 밑 가격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SVB은행에 USDC의 달러 지급준비금 33억달러 가량이 있었다는 소식에 USDC도 영향을 받은 것이죠.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날 가상자산 업계 주요 은행 중 하나인 시그니처 은행까지 파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대형 코인 프로젝트의 몰락부터 가상자산거래소 파산 등 순식간에 무너지는 가상자산 시장을 목격한 상황에서 최근 제도권 금융사들이 속속 무너지는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금리인상이라는 큰 파도에 제도권 은행도 무사하지 못한 것을 보면 향후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교훈을 줍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결코 제도권 금융권고 독립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데요. 탈중앙화된 가치를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 탈중앙화될 수 없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 시작합니다.

◆가상자산 전문 은행, 실버게이트 청산

SVB은행이 파산하기 전에 실버게이트가 먼저 파산 소식을 알렸는데요. 실버게이트는 부동산 담보 대출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다 2009년 엘런 제인 최고경영자(CEO) 취임을 기점으로 가상자산을 주로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버게이트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최근 업계와 규제 상황을 볼때 은행 영업을 중단하고, 자발적으로 은행을 청산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는데요. 이 소식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37% 이상 실버게이트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이 은행은 앞서 지난해 연례보고서 제출을 연기하면서 경영난에 직면했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실버게이트는 가상자산을 달러와 유로로 바꿔 환전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해왔는데요. 이 가운데 주요 고객이었던 FTX가 지난해 파산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습니다.

실버게이트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실적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개월 간 코인 관련 예금이 68% 감소했습니다.

앞서 서두에서 언급했듯, 은행이 예금이 적어진다는 의미는 고객 신뢰를 잃었다는 방증인데요. 은행이 고객 예치금을 바탕으로 대출이나 투자 등 사업을 통해 자산을 증식해, 시장에 유동성을 일으키는 게 본질이라고 한다면 정체성에 위기로까지 연결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실버게이트는 뱅크런을 해결하기 위해 6억8913만달러(약9100억원)의 손해를 보고 일부 자산을 매각하기까지 했는데요 비용절감을 위해 회사 직원 200명도 해고했습니다.

◆증권토큰(ST) 시장, 무턱댄 진입은 '금물'

미국 은행들이 도미노처럼 파산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ST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날로 커져가는 상황입니다.

대형증권사들은 TF와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ST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정식으로 법제화되기 전까지 금융당국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시장 진입을 돕겠다는 구상인데요. 이 과정 속, 증권사들은 특례 규제 도입 등을 언급하며 긴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ST 선도국들의 시장 리딩은 누가 하는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우선 미국은 블록체인과 테크 회사들이 ST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전통 금융모델과 테크기업이 혼재된 양상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전통 금융사가 ST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두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인프라를 지향하는 일본식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따라서 초기에는 지금처럼 전통 금융권 주도로 관련 시장이 국내에서 조성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 가운데 단순한 차익을 위한 진입은 오히려 낭패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부상하고 있는데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보다 ST 시장 진출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건데요.

초기 시장이라는 특성상 규제 방향성과 사업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입니다. 금융당국이 초기시장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를 까다롭게 적용할 수 있어 생각만큼 시장도 커지지 않을 위험성이 상존해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국내보다 한 발짝 먼저 ST 시장에 관심을 보인 해외의 경우 규제 부분만 보더라도 국내보다 빠르게 논의가 시작되고 사업도 이에 발맞춰 진행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규모는 유의미하지 않습니다.

아시아 최초로 ST를 허용한 싱가포르는 현재 국내 증권사가 요구하는 것처럼 완화된 규제를 지향하면서 샌드박스를 빠르게 시도하고 후에 보완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초기에 기관대상 사모펀드와 파생상품 유동화에 집중하던 상황에서 ST플랫폼 주도로 새로운 자산군 확대에 집중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습니다.

미국은 기존과 동일하게 증권거래위원회(SEC) 산하 증권법 테두리 안으로 ST를 끌고왔습니다. 처음에 기업 신규자금 조달에 관심 보이던 상황에서 최근에는 신규 자산군 확대와 토큰 권리 확장에 집중하고 있네요.

이 국가들 모두, 국내보다 빠르게 ST 시장이 열려 여러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고 있지만, 생각만큼 유동성이 흘러들어오고 있지 않습니다.


박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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