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블록체인] 실패자 아닌 사기꾼 된 권도형, 빼돌린 BTC 추적 가능할까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 다룰 게 많습니다. 일단 지난주 국내 블록체인 업계를 발칵 뒤집어놨죠. 바로 위메이드 위믹스 코인의 코인원 재상장이었습니다.
앞서 위믹스는 코인거래소인 지닥에 상장되기도 했지만, 이번엔 원화거래소에 상장됐다는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닥사에서 위믹스 유통량 문제로 상장폐지를 결정한 지 3개월 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어서 업계 규율 관련한 지적도 쏟아졌는데요.
이 외에도 주말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한 차례 또 집중조명됐습니다. 지난해부터 권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인물인데요. 현재까지 이어지는 걸 보니 여러 의미에서 영향력이 대단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주간블록체인 시작합니다.
◆코인원에서 거래 가능해진 위믹스, 닥사에 쏟아진 시선
우선 국내에는 현재 주식시장과 다르게 코인 상장과 상장폐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는 없습니다. 다만, 지난해 출범한 닥사에서 공통 코인 상장과, 상폐기준을 만들었죠. 물론 이것 또한 구체적인 법적 효력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닥사라는 단체가 법적지위가 부여된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죠. 다만, 업계에서는 시장을 잘 아는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자율기구로 상징성이 있습니다. 아직 디지털자산기본법 공백 속, 자율규제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닥사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상폐했던 코인을 다시 재상장하는 데 있어 기준은 더욱 없는데요. 게다가 닥사가 처음으로 의견 합치를 통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도 위믹스여서, 동시 상폐했던 코인이 또 상장됐던 선례도 없습니다.
자본시장법 상 관리되고 있는 증권시장의 경우 재상장은 상폐된 지 5년 이내에 다시 상장하거나, 기업을 여러 개로 쪼개서 각각 상장 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단, 매출과 자기자본금, 주식수, 영업이익 등 지표가 플러스일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따라서 상폐되고 몇 개월 만에 실적을 개선해 재상장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인데요.
반면 가상자산 분야에서 재상장 기준이 없어, 프로젝트에서 문제됐던 부분이 해소되면 거래소 자체 판단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습니다.
우선 코인원 역시 재상장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고 일반 상장 심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과거에 거래지원종료 사유가 있었으므로 해당 사유가 완전히 해소됐음을 확인한 이후에 상장심사를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허위 공시 이력 여부는 거래지원 승인 부적격사유에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다만, 거래지원 승인 부적격사유에는 ‘특정 항목이 해소될 시, 위 조건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걸려있어, 위믹스가 해당 조건을 해소해 부적격사유가 적용되지 않은 케이스라고 합니다.
문제는 자체 판단이 객관적이고 투명하냐는 것입니다. 또 객관적으로 투명하다해도 그것을 입증해줄 수단이 필요할 텐데요. 이를 담보해줄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한, 닥사가 아무리 특정 코인에 대해 몇 번이고 상장폐지를 한다고 하더라도 공신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닥사가 최근까지도 투명성 담보를 위한 절차를 만드는 상황이었던 만큼, 이번 코인원 단독상장은 닥사가 향후 어떤 조치를 추가로 취해야 할지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닥사 나머지 회원사들은 이번 코인원 조치를 전혀 모르고 있던 눈치인데요. 또 당분간 위믹스 상장에 대한 검토도 염두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추가 상장에 대한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요. 업비트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가운데, 나머지 거래소도 생존을 위해 코인 상장을 통한 이익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인원만 봐도 위믹스 상장한 날 거래량이 100억원을 넘겼죠.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리플(XRP)에 이어 단숨에 4번째 규모로 거래됐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입장이 궁금했는데요. 현재까지 국내에서 코인 관련 시장 감시를 맡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개별 코인 상장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줬습니다. 다만, 이번 취재를 할 때 FIU 관계자는 코인 재상장 규정과, 상장규정에 허위공시 이력에 대한 검토 규정이 없는지가 핵심이라는 뉘앙스를 전달해 왔습니다.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던 권도형, 사기꾼 꼬리표…이번엔 잡을까?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미국에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권 대표는 아직까지 행적이 묘연한데요. 그는 구체적인 거주지를 밝히지 않고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죄가 없다는 점을 몇 차례 강조했었죠.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는 말은 그가 했던 말 중 하나죠. 하지만, 이번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루나를 증권으로 인정하면서 실패와 사기 중 권 대표는 사기 범주에 포함됐습니다.
실제로 테라와 루나 생태계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증권 포함 여부가 성사됐어야 했는데요. 그렇지 않으면 관련법이 없어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에 미국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바꿨네요.
현재 권 대표는 도주 과정에서 BTC 1만개 이상을 빼돌려 현금화하고 스위스 은행에 예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1BTC 시세 2만4000달러 기준, 한화로 환산하면 3120억원 수준입니다. 권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주기적으로 콜드월렛에서 BTC를 빼내 스위스 은행을 통해 현금화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권 대표에 대해 국내 시장에서도 검찰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검찰은 권 대표 한국 송환을 위해 지난해 9월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죠. 권 대표는 테라 사태 이후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현재 세르비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한국 검찰 요청으로 권 대표에 대한 적색수배 명령을 내렸고 한국 정부 역시 그를 추적 중입니다. 인터폴 수배 이후에도 권 대표는 "나는 숨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라며 "지난 몇 주 동안 산책과 쇼핑도 다녀왔지만, 나를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라고 말하며 혼란을 가중시킨 바 있죠.
일단 테라와 루나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SEC가 이번에 권 대표를 기소하면서 루나를 증권으로 판단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테라와 루나의 증권성 입증에 주력해 온 국내 검찰 수사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검찰은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에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될 수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에서 루나 증권성을 인정하는 선례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근거가 생겼습니다.
아마 테라와 루나 투자로 인해 막심한 손해를 보신 분들은 권 대표가 상당량 BTC를 처분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실 텐데요. 앞서 테라폼랩스 재단인 LFG가 테라 생태계 준비금으로 BTC를 매집해 왔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주목했었죠. 투자자들은 이렇게 매집하고 남은 BTC 추적에 큰 관심이 컸습니다. 아직 LFG가 보유하고 있던 BTC가 정확히 어디에 사용됐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죠. 한때 LFG는 트위터에 총 20억달러 상당 8만394BTC 보유 사실을 알렸는데요. 이 중 공식 지갑에는 7만736BTC가 있었고, 나머지 9658BTC 소유분 지갑 주소는 공개되지 않았었는데요.
당시 20억 달러가 들어있던 지갑 잔액도 0원이었고, LFG가 디페깅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7억5000만달러 상당 BTC를 대출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12억 달러 상당 BTC와 9658BTC 행방을 두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 BTC들이 재단에서 공식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누가 소유하고 있냐가 테라 사태에서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나서서 테라폼랩스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나 감독할 권한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이 의구심도 함께 해소될 지 주목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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