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흔들리는 브리티시볼트…포스코케미칼 등 韓 기업, 유럽 공략은?

김도현
- 유럽 배터리 기업과 연이어 손잡은 국내 소재·장비사
- 투자금 확보 쉽지 않은 상황…공장 설립 지연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유럽 배터리 회사가 사업화에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 기업으로 불똥이 튀는 분위기다. 유럽 고객사를 통해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려던 국내 소재 및 장비사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내 배터리 제조사의 공장 설립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러·우 전쟁 여파로 급등한 전력비,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이 겹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앞서 국내 배터리 소재와 장비를 다루는 기업들은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는 업체들을 고객사로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과 장기간 협업해온 경험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스웨덴 노스볼트를 비롯해 영국 브리티시볼트, 노르웨이 모로우배터리·프레위르, 프랑스 ACC·베르코어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유럽 전역에 기가팩토리를 짓기로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 지원을 예고했다.

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투자 자체가 쉽지 않은 점. 원자재부터 인프라 비용까지 일제히 오른데다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마련 경로가 막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산 위기를 맞이한 브리티시볼트다.

브리티시볼트는 영국 정부 지원을 받아 6조2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이달 들어 직원들은 감봉, 임원들은 무급으로 일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브리티시볼트는 “12월 초까지 버틸 수 있는 단기 자금을 민간에서 제공받았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 광산업체 글렌코어가 500만파운드(약 80억원) 규모 긴급 자금을 수혈했다.

다만 브리티시볼트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최근 영국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거절당하기도 했고 가디언 등 외신에서는 “처음부터 과대 포장된 기업이다. 기술력에 대한 정보 제공 없이 광고와 투자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브리티시볼트와 협력을 약속한 포스코케미칼, 하나기술, 씨아이에스 등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지난 6월 양사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 공동 개발 및 대규모 공급 계약을 추진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나기술과 씨아이에스는 천억원대 장비 계약을 맺었다. 브리티시볼트는 이달 내 중도금 등을 보낸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제대로 이행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다.

브리티시볼트가 100기가와트시(GWh) 생산능력 확보를 발표한 만큼 기대감이 컸으나 회사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반전됐다. 이외에 acc, 모로우배터리 등도 생산거점 타임라인이 늦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 최초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노스볼트마저 즈엇ㄹ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들 역시 공사비 상승, 인허가 작업 연기 등에 발목이 잡혔다는 후문이다.

연이은 사태가 국내 기업의 유럽 진출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현지 생산 계획을 수립한 소재 기업이 영향권에 든다. 앞서 언급한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2025년까지 유럽에 3만톤 규모 양극재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비엠, SK넥실리스, 일진머티리얼즈 등은 공장을 지었거나 지을 예정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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