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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인싸] 제페토 글로벌 매출 1위 ZDE, "고민은 시작한 뒤에나"

이나연
‘핫’ 뜨거운 ‘랜선인싸’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랜선인싸는 온라인 연결을 뜻하는 ‘랜선’과 무리 내에서 잘 어울리고 존재감이 뚜렷한 사람을 일컫는 ‘인싸’를 합친 말입니다. <디지털데일리>가 독자를 대신해 여러 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랜선인싸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영상이 아닌 글로 만나는 인싸 열전을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고민 같은 건 시작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초기 투자 자본이 필요하지만, 제페토는 그런 게 없거든요. 투자할 건 시간뿐이니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인 거죠. ‘잘 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도 나중에는 결국 ‘어떻게 해야 더 잘 팔 수 있을까’로 바뀝니다.”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서 활동하는 아이템 크리에이터 ‘ZDE’는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ZDE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위를 차지한 크리에이터로, 이용자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창작자다.

동시에, ZDE는 크리에이터 중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가장 가까이에 선 인물이다. 메타버스 내에서 크리에이터 활동으로 상당한 수익을 벌면서, 매니지먼트 운영을 통해 생태계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ZDE는 2020년 7월 활동을 시작해 2년여간 총 1800개 아이템을 출시하고 올해 5월 기준 아바타 의상 300만벌을 판매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동물 파자마 한 종으로만 200만~300만원 매출을 올렸다.

현재 ZDE는 제페토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ZGM매니지먼트’을 운영 중이다. 다중채널네트워크(MCN)가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창작자를 관리한다면, 이 매니지먼트사는 메타버스 전문 MCN 역할을 자처한다. ZDE는 매니지먼트 소속 크리에이터에게 매출 증대를 위한 노하우 등 교육을 진행한다. 능력 있는 크리에이터가 더 좋은 아이템을 출시할수록 매니지먼트 자체 수익도 커지는 구조다.

크리에이터는 분기마다 1회씩 모집한다. 점차 입소문이 난 덕분에 처음엔 20~30명에 불과했던 지원자 수는 5기 기준 100명으로 뛰었다. 모집 정원은 ‘0명’이다. 정해진 인원이 없다는 의미다.

ZDE는 “잠재력을 갖춘 사람을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목적”이라며 “실제로 가능성이 보여 뽑은 크리에이터가 확실히 제작 역량도 뛰어나고 매출도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선정 기준은 해당 크리에이터 주력 콘텐츠가 2차원(2D)인지 3차원(3D)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ZDE에 따르면 2D 크리에이터는 ▲크리에이터로서 특정 창작 활동을 시도한 적이 있는지 ▲옷 텍스쳐 퀄리티가 어떠한지 ▲자체 디자인이 얼마나 개성 있으며 제페토와 어울리는 스타일인지 등을 평가한다. 반면 3D 크리에이터는 ▲메타버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복장을 많이 시도했는지 ▲핏감 등 콘텐츠 퀄리티가 얼마나 준수한지 등을 중점으로 본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크리에이터 산업에 뛰어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페토 등 플랫폼에 진출하는 크리에이터가 늘어날수록 시장이 확장돼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모두 ‘윈윈(win-win)’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선 막 첫걸음을 뗀 메타버스와 크리에이터 시장에 너그러운 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제페토 내 게임요소에 대해 등급분류를 받으라고 요청하면서, 현재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봐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메타버스를 게임법에 적용시키게 되면, 신사업을 규제로 묶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 ZDE는 “제페토 기능 99%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역할을 하므로 월드에 속한 일부 게임 요소만으로 플랫폼 전체를 게임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며 “만일 제페토가 게임으로 분류돼 젬을 현금화하는 것이 불법이 되면 사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창작 원동력이 사라진다. 제페토 성장을 견인한 건 크리에이터에 보상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팅 시스템 역할이 크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ZDE와 일문일답.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페토 아이템 크리에이터 ZDE입니다. 본명은 김종민, 나이는 30세입니다. 처음 제페토를 시작할 때는 닉네임이 ‘쥐돌이’였는데요, 팔로워가 점점 늘어나다 보니 해외 이용자도 쉽게 이름을 읽을 수 있도록 쥐돌이 이니셜을 따 ‘ZDE’로 바꾸게 됐습니다.

Q. 언제 어떤 계기로 제페토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 가운데 제페토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게임 회사에 다니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려고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는데 가상현실(VR) 아바타 같은 건 너무 까다롭고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제페토라는 플랫폼을 알게 됐습니다. 제페토 아바타 복장을 만드는 과정이 제가 원래 하던 일과 비슷하다 보니 남들처럼 사전 준비나 공부 없이도 바로 쉽게 뛰어들 수 있었죠. 제페토는 다른 메타버스와 달리 크리에이터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Q. 회사원에서 제페토 크리에이터로 전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회사를 다닐 때와 지금의 생활을 비교해본다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제가 제페토 크리에이터를 시작한 지 세 달만에 수익이 회사 월급을 뛰어넘었어요. 하지만 바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일년 반 정도 더 다니며 회사원과 크리에이터 생활을 병행했습니다. 당시에는 제페토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죠. 이후 동물 파자마 같은 상품이 히트를 치면서 제페토라는 플랫폼에 확신이 생긴 뒤에야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그 결정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를 퇴사하기 전후를 비교해본다면 장단점이 극명해요. 먼저 회사에 다니면서 크리에이터 활동할 때는 회사 관련 스트레스와 제페토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동시에 견뎌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반면 퇴사한 후에는 눈 떠 있는 시간이 전부 업무 시간이기 때문에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점이 꽤 힘든 부분이더라고요. 특정 아이템 하나를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라 계속 그다음의 콘텐츠를 생각하는 것이 제페토 크리에이터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의무니까요. 그래도 프리랜서를 하면서 삶의 만족도는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Q. 제페토 이용자들이 캐릭터를 꾸밀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아이템을 제작 중인데,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인터넷에서 레퍼런스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에요. 제가 운영하는 ZGM매니지먼트의 소속 크리에이터가 건의한 아이디어와 인터넷 자료를 혼합해 아이템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귀여운 동물 파자마를 만든다고 하면, 동물 이미지와 귀여운 핏의 잠옷을 조합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식이죠. 의상 하나당 약 10개 레퍼런스를 모아놓고 봅니다.

Q. 제페토 아이템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새로 만들려는 디자인이 기존에 있던 상품과 얼마나 다른가를 제일 많이 고민합니다. 적어도 제가 만든 옷 중에서는 겹치는 것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제 모토에요. 두 번째로 신경 쓰는 부분은 아이템 핏과 퀄리티입니다. 특히 옷에 표현한 주름 텍스쳐가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옷의 질감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 주름 묘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매우 크거든요.

Q. ‘ZGM매니지먼트’라는 제페토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사를 운영 중인데, 어떻게 이런 매니지먼트를 만들게 됐나요?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크리에이터로 살아보니 시장 특성상 사람이 많이 몰리면 결국 개인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생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혼자보다는 단체로 활동해야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매니지먼트를 만들게 됐습니다. 사실 2D 전문 크리에이터는 3D 툴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이 매니지먼트를 통해 2D크리에이터도 3D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만든 복장 템플릿을 제공해서 3D 기술을 전혀 모르는 2D 크리에이터도 자신만의 3D 옷을 만들어 제페토에서 제품을 팔 수 있게 한 거죠. 처음에는 제 지인들을 대상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어느정도 수익 구조가 잡힌 뒤에는 제페토 이용자를 대상으로 매니지먼트 지원자를 모집했습니다. 지금은 5기까지 뽑아서 크리에이터 100명이 저희 매니지먼트 소속으로 활동 중입니다.

Q. 네이버 디지털 생태계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지난해 제페토 크리에이터 중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통한 수익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가장 매출이 잘 나왔던 2021년 기준으로 연간 매출은 회사 연봉의 3~4배였습니다. 월 매출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지난해 말인데요, 당시 월급의 10배를 벌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제페토에 이용자 유입이 많아지면서 그때 딱 정점을 찍어본 것 같아요. 과거의 영광이죠. 일상 회복 이후에는 수익이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앞으로 제페토가 계속 성장해 이용자 규모도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제페토 이용자 대다수가 10대 여성이다 보니 이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귀여운 옷을 잘 골라 만든 것이 탄탄한 팬층 형성에 기여했다고 봐요. 물론 저도 처음부터 귀여운 아이템을 만든 건 아니에요. 초창기에는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 아바타같은 콘셉추얼한 의상들만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판매 데이터를 봤는데 유독 잘 팔린 것과 덜 팔린 것이 확 나뉘더라고요. 이를 참고해 판매량이 적었던 콘셉트들을 쳐냈더니 귀엽고 힙한 룩만 남더라고요. 이 두 가지에만 집중했더니 지난해 말에는 확실히 매출이 급증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어떤 종류든 무조건 많이 만들어서 판매 데이터를 확보한 뒤 나만의 강점 스타일을 찾은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Q. 지난 7월 제페토 내 게임요소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만약 제페토가 게임으로 분류된다면, 가상화폐 ‘젬(ZEM)’을 현금화하는 기능을 삭제해야 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페토 크리에이터인 저로서는 이 사안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요. 제페토 기능의 99%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역할을 하므로 월드에 속한 일부 게임 요소만으로 플랫폼 전체를 게임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만일 제페토가 게임으로 분류돼 젬을 현금화하는 것이 불법이 되면 사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창작 원동력이 사라지는 거니까요.

제페토 성장을 견인한 건 크리에이터에 보상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팅 시스템 역할이 크다고 보는데, 이게 금지되면 굳이 크리에이터를 할 이유가 없어지니 장기적으로는 제페토도 일정 한계 이상 발전이 어렵겠죠. 크리에이터가 없다면 제페토가 독자적으로 아바타와 관련 아이템을 생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복장 수량을 전부 소화하기란 힘들거든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시장인 만큼, 부디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크리에이터로서 목표하는 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모든 걸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아바타 옷만 제작하지만 추후에는 가상 인간(버추얼 휴먼) 같은 분야도 시도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제페토에서 ZGM매니지먼트 소속 크리에이터가 만든 복장을 판매하는 백화점 월드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 아이템 숍은 조만간 출시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제페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제가 항상 하는 말인데 “고민은 시작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크리에이터 시장은 레드 오션이다’, ‘시작해도 얼마 못 번다’ 이런 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전혀 신경 쓸 것 없다고 생각해요. 사업을 시작할 때는 초기 투자 자본이 필요하지만, 제페토는 그런 게 없거든요. 그냥 자신이 배워서 만들면 됩니다. 투자할 건 시간뿐이니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인 거죠. 만약 실패하더라도 잃는 건 그동안의 시간이지, 자본으로 손해 보는 건 없잖아요? 그러니 고민 같은 건 시작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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