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공식 취임하는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 내정자가 취임 전 미디어 간담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위기의 카카오 구원투수로 나선 남궁 내정자는 임직원 등과 연일 소통 행보를 이어온 만큼, 이번엔 대외적으로 기업경영 목표와 방향을 공유하기로 했다. 남궁 내정자는 메타버스‧블록체인‧콘텐츠 등 다양한 신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시장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게임 DNA를 메타버스에 담았다. 동시에 카카오톡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텍스트 기반 연결 플랫폼을 메타버스화한다.
24일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메타버스 서비스 출시에 대해 밝혔다. 카카오는 롤플레잉 채팅 개념의 V2태스크포스(TF)와 오픈채팅 기반 OTF를 구성하고,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출시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날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꼽아온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다. 역할수행게임(RPG)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롤플레잉 채팅’이다. 오픈채팅으로 연결해 지인에 한정하지 않고 전세계 70억 인구를 연결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장, 카카오 글로벌 진출에 드라이브를 건다.
롤플레잉 채팅은 쉽게 말해 ‘부캐’다. 남궁 내정자는 과거 ‘머드 게임’을 예로 들었다. 이는 채팅 텍스트를 게임화한 것이다. 채팅창에 ”/때려“라고 쓰면 ”티라노사우르스를 이단옆차기로 찼습니다“라는 식의 설명이 나온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카카오가 기획하는 콘셉트는 사람끼리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심 요소가 된다. 카카오브레인에서 만든 인공지능(AI) 캐릭터가 등장해 사람인지, AI인지 헷갈리는 상황도 펼쳐질 수 있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는 텍스트, 이미지, 게임과 같은 멀티미디어 형태소 등 디지털 콘텐츠의 모든 형태소를 다 가지고 있다“며 ”지금 메타버스라고 하면, 3D 아바타를 많이 떠올리지만, 사운드와 텍스트와 같은 형태소도 메타버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채팅’도 주효하다. 오픈채팅 내 ‘고독한 00방’이 유행했을 당시, 누구도 메시지를 텍스트로 쓰지 않았다. 오로지 이미지로만 소통했다. 이는 자연 발생적으로 사용자 사이에서 일어난 콘텐츠 형태소의 다른 접근이다.
이에 남궁 내정자는 다양한 디지털 형태소를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오픈채팅을 새롭게 기획하고 재정의해 선보일 예정이다. 지인 기반이 아닌 오픈채팅은 글로벌로 확산 용이하기 때문에, 메타버스 개념 아래 강화한다.
콘텐츠도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미 남궁 내정자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를 맡았을 때 관련한 사업 기획을 멜론과 카카오웹툰‧페이지에 제안했다. 여기서도 게임업계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게임은 처음 패키지 판매에서 월정액 모델로 변화했고, 지금은 부분 유료화다. 매월 일정금액만 내면 되는 페이유저를 늘리는 전략(PU)에서 즐기고 싶은 만큼 돈을 내는 인당결제(ARRPU) 전략으로 바뀌었다. 음악 스트리밍 및 웹툰 서비스는 아직 PU전략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본 것이다.
남궁 내정자는 ”멜론이나 카카오페이지는 아직 20년 전 게임 단계에 있다“며 ”고객이 즐기고자 하는 욕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방법론으로 정의될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언급되는 B2C2C, NFT 등이 멜론과 웹툰에서도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와 협력도 강화한다. 카카오 주도 아래 카카오브레인,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 등과 협력한다. 메타버스 서비스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한편, 글로벌 확장을 위한 메타버스 관련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놨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브레인 AI 기술을 V2TF 프로젝트에 접목할 계획이다. 기획 중 내용 상당수는 롤플레잉처럼 게임 쪽에서 아이디어가 왔다고 할 수 있다“며 ”메타보라, 카카오게임즈‧넵튠이 인수한 회사와도 협력 중이며, 카카오 안에서 또는 각사에서 새로운 것들을 기획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70억 인구 중 지인 비율은 1%도 안 된다. 카카오는 나머지 99% 사업으로 확장할 것이며, 이제 막 서론이 끝났을 뿐이라는 것을 증명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