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LTE보다 20배 빠른 5G라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홍보했는데 통신 만족도는 하락했다. 일부 국민은 심지어 통신사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5G 최고요금제와 LTE 최고 요금을 비교하면 25~30% 이상 차이가 있다. 비싼 5G 요금제를 내면서까지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5G 기지국 설치는 강남구가 가장 많다. 기지국 설치도 경제순으로 되는거냐.”
5G 품질을 놓고 올해 국정감사에서 쏟아진 비난들이다. 최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G 품질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집중포격을 맞았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28㎓ 5G 기지국 수, 커지는 소비자 불만
최근 통신 이슈는 5G를 빼곤 얘기하기 어렵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한 통신3사는 ‘5G로 인해 일상이 바뀌는 삶을 경험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아직도 LTE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끊김 현상이나 빠른 배터리 소진, 4G 대비 비싼 요금 등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통신3사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통신품질에 대한 민원과 분쟁 신청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5G와 초고속 인터넷 품질개선을 위해 투자를 확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질타는 올해 국감에서도 계속됐다. 다만 올해는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가 과방위와 정무위 증인명단에서 빠지면서 기업 측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통신3사의 5G 28㎓ 장비 의무 구축 등과 관련해 쓴소리를 들었다.
실제 정부가 지난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통신3사에 구축 의무를 부여한 28㎓ 5G 기지국 수는 올해까지 총 4만5215국이다. 하지만 이들 3사가 지난 8월 말 기준 설치한 장비는 161대로 전체의 0.35% 수준에 불과하다.
당시 정부는 통신3사가 망 의무 구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고 이용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바 있지만, 올해 국감에서 정부는 구축을 독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 이상 5G 호구 아냐”…이용자 집단소송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이 속도대로라면 차라리 6G로 가는 게 더 빠를 것”이라며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를 세웠다”며 “과기정통부는 페널티만 이야기하는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 현실은 국내에 28㎓로 마땅한 서비스가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5G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집단소송 등도 거론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우리는 더 이상 5G의 호구가 아니다”라며 4G LTE 요금 대비 부당하게 납부하고 있는 5G 서비스 이용 요금을 환수해 달라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주호영 의원(국민의힘)은 “5G와 관련해 통신사 대상으로 집단 소송도 벌이는 등 유독 불만이 많은 이유는 LTE보다 20배 빠르다며 국민 기대감을 잔뜩 높여놓고 기초적 망 구축도 전에 서비스가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 역시 “28㎓ 기지국을 갖춰야 기존에 공약한 5G 속도가 나올 텐데 현실은 저역대만 갖추고 있다”며 “5G 품질 관련 1000명이 10억원대 이상 소송을 진행 중이며 5G관련 1688건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미국도 28㎓ 기지국을 적극적으로 설치하려다 방향을 전환하며 6㎓ 이하의 5G서비스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렇게 정책 노선이 바뀌면 명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우리는 20배 빠른 5G 서비스를 할 것처럼 말은 하면서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매년 발표하는 5G 품질평가와 실제 속도도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보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품질평가에서는 다운로드 속도가 209.48Mbps였던 제보자 거주지에서 실제 측정을 해보니 8.85Mbps밖에 안 나왔다”고 비판했다.
◆5G 특화망 중심 생태계 조성 목소리
기대치보다 낮은 품질에 비해 높은 5G 요금제도 계속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정숙 의원은 “현재 5G 요금제가 LTE보다 최대 2만2000원까지 비싼데, 새로운 요금 체계를 도입해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매달 최소 1만5000원~3만5000원까지 요금 경감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개인 통화량이나 데이터 사용량 분석 등을 통해 기존 음성과 데이터 위주 요금 체계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통신사들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추이를 살펴보면, 국회가 관심을 가지면 살짝 요금을 낮췄다가 다시 원 위치되는 현상이 있다”며 이용자가 쓴 만큼 요금을 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통신사들이 LTE 투자비용을 회수했는데 아직도 요금이 높다”며 “여기서 번 돈을 5G에 투입하는데,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고가 요금제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관련업계에선 이동통신 3사의 28㎓ 5G 의무구축률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업자들에게 의무를 부과해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B2B 중심의 특화망 조성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독일과 영국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경우, 밀리미터파(mmWave) 대역을 아예 5G 특화망용으로만 분배하고 있어 사업자(이통사 포함)들이 전국망 주파수 할당 대가에 대한 부담 없이 특화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5월 과기부가 주파수를 할당할 당시, 28㎓ 5G 기술검토와 관련 서비스 수요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이줘진 탓에 사업자들은 초기 사업 진입과 동시에 투자 여력이 낮아진 것”이라며 “특화망 중심 생태계를 조성해 중소기업 등 다양한 수요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솔루션 및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혜숙 장관은 “통신사들이 약속된 무선국을 다 설치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며서도 “28GHz의 경우 전국망 구축이 되는 성질의 주파수 대역이 아닌만큼 특정 핫스팟 지역에 설치해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하는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