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中에 맡겨진 매그나칩…韓 반도체, 기술유출 '비상'(종합)

김도현

-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매그나칩 '나비효과' 우려
- 매그나칩 노조 "BOE 사태 반복되면 안 된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격이다.”

29일 매그나칩반도체(이하 매그나칩)가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된 것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반응이다.

이날 매그나칩 유한회사의 미국 본사 ‘매그나칩 세미컨덕터 코퍼레이션’은 와이즈로드캐피털과 주식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금액 규모는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매그나칩은 지난 2004년 경영난을 겪던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시스템사업부를 분리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이후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에 인수됐고 2011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새마을금고 등에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했고 현재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비롯한 통신·사물인터넷(IoT)·차량용 반도체 등을 설계 및 생산하고 있다.

김영준 매그나칩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은 주주, 고객, 임직원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매그나칩의 제3차 성장 전략을 가속화하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임직원의 기존 역할과 서울·청주 사무소 및 연구소, 구미 생산시설 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매그나칩 노동조합과 국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중국 자본에 넘어가는 만큼 기술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매그나칩의 주력 DDI는 중국에서 자체 개발에 나설 정도로 공을 들이는 분야다. 매그나칩은 DDI를 설계만 하고 생산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에 위탁한다. DDI는 첨단 제조기술을 요구하는 제품이 아니어서 설계 노하우만 있다면 중국 파운드리에서 충분히 양산 가능하다.

매그나칩 노조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는 국내 업체에 매각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과거 하이디스 사태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초 하이닉스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전신 하이디스는 중국 BOE에 인수된 후 폐업했다. 하이디스를 통해 디스플레이 제조기술을 확보한 BOE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됐다. 최근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위협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화웨이 샤오미 등의 성장에는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 BOE의 존재가 한몫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작년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 이후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노조 관계자는 “남는 사업부 몸집을 줄여 매각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 같다”면서 “조직 재정비한 지 1년도 안 돼서 설마 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계약이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도 일련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 인재가 중국으로 영입된 이후 수년 만에 토사구팽당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이번 건은 특정 업체가 인수하는 사례는 아니지만 중국 자본에 넘어간 만큼 현지 산업에서 충분히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당연하고 장기적으로는 세트업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그나칩은 DDI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업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에도 DDI를 납품한다. 이미 국내 스마트폰·TV 등에 중국 패널이 탑재되는 상황에서 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주요 부품까지 중국산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매그나칩의 ‘나비효과’다.

한편 매그나칩은 이번 거래를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로 정의했다. 그동안 투자자가 분사돼 집중적인 자금 확보가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BOE 사태처럼 제조사에 인수되는 것아 아니며 경영상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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