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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저협 독단에도 손놓은 문체부”…OTT음대협은 왜 뿔났나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기려고 소송하는 게 아니다. 억울함을 호소할 절차가 이것밖에 없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음악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승인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정부가 음악권리신탁단체의 독점적 지위남용을 방조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17일 웨이브·티빙·왓챠 등으로 구성된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이하 OTT음대협)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OTT음대협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의 음악저작물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수정 승인한 문체부를 대상으로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황경일 OTT음대협 의장은 “이번 행정소송은 현행법상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승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징수규정의 불합리함을 읍소하기 위한 절차”라며 “문체부의 추후 행보에 따라 언제든지 행정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7월 음저협이 제출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수정 승인하면서 ▲OTT 사업자에 대한 ‘영상물전송서비스’ 규정을 신설해 ▲2021년부터 매출의 1.5%를 음악사용료로 내고 ▲2022년부터 연차계수 적용으로 요율을 매년 상향해 ▲최종적으로 2026년에는 매출의 1.9995%를 음악사용료로 내도록 했다.

OTT음대협은 문체부의 결정이 “절차적으로나 내용으로나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절차상 콘텐츠제공사업자(CP)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부족했고, 관련 심의를 진행한 음악산업발전위원회 위원 구성도 음악 권리자 측에 편향됐다는 지적이다. 내용적으로도 평등원칙을 위반한 문체부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봤다. 국내 OTT서비스는 실시간방송 등과 결합한 특성상 케이블·IPTV 등 기존 방송물재전송서비스와 유사함에도,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2~3배 이상 저작권료를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문체부가 저작권 요율 등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지목했다.
왼쪽부터 노동환 웨이브 정책팀장, 황경일 OTT음대협 의장, 허승 왓챠 이사
왼쪽부터 노동환 웨이브 정책팀장, 황경일 OTT음대협 의장, 허승 왓챠 이사

특히 국내 저작권의 약 90%를 점유한 음저협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음에도 문체부가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환 웨이브 정책팀장은 “음악사용료 징수규정을 제출하는 주체는 음저협이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이용자인데, 정작 OTT와 같은 이용자 입장에서 이의를 제기할 절차가 없다”면서 “저작권위원회에 분쟁조정절차 창구가 있긴 하지만 그마저 이미 승인받은 규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불리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문제가 되는 것이 ‘이중 징수’ 가능성이다. 현재 음저협은 OTT 사업자가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이미 사용료를 내거나 이용 허락을 받은 음악에 대해서도 추가로 전송 사용료를 징수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이미 전송권에 대해 사용료를 납부해 권리처리가 된 경우에는 해당 음악 사용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고 저작권 사용료가 산출되므로 이중 징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실제 음저협은 이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음저협이 독점적 지위를 내세워 오히려 개별 사업자들에게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게 OTT 입장이다.

황경일 의장은 “이미 제작 단계에서 권리처리된 부분은 음악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도 음저협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며 “문체부에서는 이중 징수 우려가 없다고 했지만 이를 징수규정에 명시하지 않고 별첨 자료를 통해서만 언급해, 결국 법정으로 갈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OTT음대협은 승소를 점치고 있다. 허승 왓챠 이사는 “법리적 검토를 통해 승소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지만 단순히 행정소송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국내에서 권리신탁단체의 지위남용과 관련해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이들 신탁단체도 저작권 산업에 발전적으로 기여할 방향을 찾는 게 저희 목표”라고 언급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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