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기 국내 보안업계, 실적 결산··· 이유있는(?) 희비 쌍곡선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 역성장이 지속하는 가운데 보안업계의 성장세도 꺾인 모양새다.
보안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지만 지출을 꺼리면서 문의가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공통의 의견이다. 거의 대부분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국내 보안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뼈아픈 지적도 제기된다.
◆독주하는 SK인포섹, 주춤하는 안랩·시큐아이 = 국내 보안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인포섹은 올해 견고한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2228억4000만원, 186억78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3%, 6.3% 성장했다. 올해 당초 목표로 한 매출액 3000억원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같은 성장에는 같은 SK그룹 계열사인 ADT캡스와의 시너지, 솔루션·컨설팅 및 관제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가 뒷받침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클라우드와 제조기업 대상의 운영기술(OT)/산업제어시스템(ICS) 사업, 중소·중견기업(SMB) 대상 보안사업 등 신규 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반면 SK인포섹과 함께 ‘보안업계 빅3’로 분류되는 안랩, 시큐아이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주춤했다.
안랩은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 1278억100만원, 영업이익 141억6900만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2.9%, 5% 성장했다.
안랩 역시 원격근무 환경이나 OT 등 미래 먹거리가 되는 신사업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보안관제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자동화한 보안 오케스트레이션 자동화 및 대응(SOAR)에 공을 들이는 중이지만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되지 않은 단계라는 점에서 실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삼성 계열의 시큐아이는 같은 기간 매출액 764억7000만원, 영업이익 18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4.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유의미한 수치로 보긴 어렵다.
다만 시큐아이의 이같은 실적은 내부 체질개선에 따른 성장통으로 분석된다. 이전까지 타사 솔루션 판매 매출 비중이 높았으나 올해부터는 자체 솔루션 판매에 치중했다. 이 과정에서 매출액은 줄었지만 수익성이 높은 만큼 향후 사업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코로나19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윈스·이글루시큐리티 = 올해 ‘매출 1000억원 클럽’ 달성이 기대됐던 윈스는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성장이 주춤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12.9%, 전기대비로는 45.3%로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물론 윈스의 성장세는 여전하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 600억7600만원, 영업이익 113억6600만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28%, 73.9%라는 성장을 기록했다. 지금까지만 하더라도 ‘역대 최대 실적’인 만큼 남은 4분기에 평균만 지켜도 창사이래 최대 실적 달성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윈스의 실적 성장을 이끌었던 ‘도쿄올림픽’ 특수가 마무리됨에 따라 실적 성장 동력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다. 윈스는 그동안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5세대(G) 투자가 본격화한 데 따라 일본 매출이 급증했다. 도쿄올림픽 개최는 내년으로 연기됐지만 기존 계약했던 제품은 판매가 완료됐다.
중견 보안기업으로 꼽히는 이글루시큐리티는 1~3분기 누적 매출액 521억7000만원, 영업손실 28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 큰 영업이익을 거둬 한해 사업을 흑자로 마감하는 특성상 1~3분기까지의 매출 지표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다만 주목할 점은 있다. 파격적인 인공지능(AI) 관련 특허 획득이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올해에만 32개 AI 관련 특허를 획득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창사 이래 지난해까지 취득한 특허가 27개다. 올 한해 취득한 특허 개수가 1999년 창사 이래 20년가량 취득한 특허보다 많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취득한 특허로 자사의 AI 보안관제 솔루션 ‘스파이더 TM AI 에디션’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도 영업이익을 이어간다면 이같은 ‘한우물 파기 전략’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울고 웃은 기업들=지니언스는 1~3분기 동안 누적 매출액 170억30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3% 성장했다. 특히 3분기 성장폭이 가파르다. 매출액,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8.7%, 812.2%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찾아온 비대면 환경에서 지니언스의 주력 사업인 네트워크접근제어(NAC)가 빛을 발한 것이 주효했다. 클라우드 NAC로 제품의 구독형 전환에도 발빨리 대응했다. 엔드포인트 침해탐지 및 대응시스템(EDR)도 자리를 잡으며 코로나19를 기회로 삼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니언스 관계자는 “NAC 부문에서 해외 역대 최다 규모 고객을 확보하는 등 비대면 영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비대면 솔루션과 클라우드 보안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4분기에는 3분기에 비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해사이트 차단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플랜티넷도 1~3분기 누적 매출액 178억90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 상승했다. n번방 이후 주요 이슈로 떠오른 유해 동영상, 유해 사이트 차단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실적이 악화됐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 316억40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7% 감소했다. 누적 영업손실도 38억4000만원에서 96억3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모바일 보안, 문서보안, 이메일 보안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분야의 솔루션을 취급하는 지란지교시큐리티인 만큼 성장은 어렵더라도 현상유지는 가능할 것이라는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지란지교시큐리티 꽌계자는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을 신규 기술 투자로 인한 연구개발비 및 인건비 증가로 꼽으며 “투자했던 기술이 궤도에 오르면 영업이익이 발생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느 보안기업에 비해 구독형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이니만큼 당장의 실적 악화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상장기업인 만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적절한 수준의 실적이 요구된다.
◆데이터3법·전자서명법, 법 개정으로 찾아온 기회··· 잡을 수 있을까 = 올해는 보안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법이 다수 통과됐다. 특히 눈에 띄는 법은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과 전자서명법이다. 법 개정으로 신규 시장이 열리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데이터3법 수혜주로 분류되는 파수(구 파수닷컴)이다. 개인정보를 가명정보로 처리하는 비식별 조치 솔루션 ‘애널리틱디아이디’를 보유했다. 파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와 금융보안원 등 데이터결합전문기관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데이터3법 관련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데이터3법의 특수가 기대됐지만 파수의 올해 1~3분기 실적은 이런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누적 매출액은 179억20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9% 감소했고 동기간 영업손실도 45억2000만원에서 70억5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데이터3법 시행이 지난 8월 5일이었고 아직 다수 기업이 개정법에 따른 데이터 활용을 망설이는 만큼 당장의 실적 상승은 어렵겠지만 하락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받을 수밖에 없다. 자칫하다 기회를 잡기도 전에 기대감이 식을 판국이다.
반면 전자서명법 개정의 수혜주로 불리는 라온시큐어는 법 시행(12월 10일) 전임에도 불구하고 1~3분기 누적 매출액이 28.5%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누적 영업손실이 36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16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통상 4분기에 영업이익이 집중되는 특성을 감안할 경우, 4분기 실적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ID(DID)로 ‘포스트 공인인증서’ 시장을 노리고 있는 라온시큐어는 다수 공공기관 사업에서 성과를 보이며 레퍼런스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또한 미국 법인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현재로선 어느정도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지켜봐야하는 상화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증명하는 듯한 기업도 있다. 한국정보인증이다.
‘공인인증서 폐지법’으로 불리는 전자서명법 개정은 공인인증서 발급을 대행하는 기업인 한국정보인증의 사업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됐다. 하지만 한국정보인증은 1~3분기 누적 매출액 338억9000만원, 영업이익 82억3000만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8%, 12.6% 성장했다.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증사업을 비롯해 솔루션 사업부문, 기타 사업부문 등 모두 성장세를 이어갔다. 법 개정 이후에도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지위를 유지한 데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것이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보인증 관계자는 “본인확인기관 조건부 승인, 공공분야 전자서명 시범사업의 후보 사업자 선정 등 호재가 많은 만큼 여세를 몰아 최대 영영이익 달성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통상 4분기에 매출, 영업이익이 집중되는 보안업계 특성상 1~3분기 실적이 올 한해 기업의 사정을 들여다보는 정확한 지표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내년 상반기에나 발표될 한해 실적의 가늠자는 될 수 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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