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반도체 전쟁은 이제부터

김도현
- 반도체 업계, 재편 본격화… 업계 “韓 강점 유지 위한 지원도 중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코로나19로 뒤덮인 2020년. 반도체 업계에서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연이은 인수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7월 아날로그반도체 제조사 ADI는 맥심인터그레이티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엔비디아는 ARM,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AMD는 자일링스, 마벨은 인파이를 품기로 결정했다. 주요국 승인 과정이 남았지만 발표만으로도 파급 효과가 큰 계약들이다.

약점 보완 차원에서 인수 카드를 선택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 2위 업체지만 D램 대비 낸드 시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번 인수로 점유율 상승은 물론 인텔의 낸드 기술력까지 확보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부족한 점을 메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육성을 본격화했고 시스템반도체 강화를 위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계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일부 품목 국산화가 이뤄지는 등 하나둘씩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단점 보완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다. 장점 유지다. 기존 강점을 잃지 않은 채 약점을 메꿔야 한다.

소부장과 시스템반도체 분야 지원은 당장 극적인 결과를 낼 수는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수십 년간 노력 끝에 만든 결실을 1~2년 내 이룬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여전히 버팀목은 메모리이며 몇몇의 시장 리더 업체들이다.

한 소부장 업체 관계자는 “중소·중견 기업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했더니 ‘이 회사는 이미 업계 1위 아닌가? 도와주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시장은 물론 세계 경제는 자국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다툼 속에서 무조건 어느 한 편에 설 수도 없다. 답은 자력갱생과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분야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만의 강점은 지켜내야 반도체 전쟁 속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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