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가 결국 자국 기업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이미 실적 하락으로 그 여파가 드러난 바 있다. 일본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18일 일본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화학소재 업체 아데카는 개발 기능 일부를 한국으로 옮기고 시제품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는 고유전재료를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점유율 50% 이상이다. 고유전은 회로 누설 전류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D램 공정 미세화로 사용량이 늘어나는 소재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다.
그동안 핵심 제품은 일본에서 시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왔다. 이번 결정으로 해당 작업이 국내에서도 이뤄질 예정이다. 아데카는 수원 연구개발 센터를 2배 확장했고 전주 생산거점을 구축하기로 했다.
닛케이신문은 “(이번 이전은) 현지 개발로 고객사와의 협업 강도를 높여 점유율 방어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일본 업체의 한국행은 올해 들어 다수 포착됐다. 지난 7월 도쿄오카공업(TOK)은 인천 송도 공장에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PR) 생산을 시작했다. EUV용 PR은 TOK, JSR, 신에츠화학 등 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어 수출규제 당시 제재 품목이었다. 다만 EUV 공정을 도입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뿐이다. TOK 입장에서도 삼성전자를 놓치면 타격이 크다.
다이요홀딩스는 지난 5월 충남 당진에 반도체 패키징·디스플레이용 드라이필름형 솔더레지스트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드라이 필름을 국내 생산하게 됐다. 솔더레지스트는 프린트 배선판(PWB)의 회로 패턴을 보호하는 절연 코팅 재료다.
간토덴카공업은 충남 천안 신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특수가스 황화카르보닐을 생산한다. 해당 공장 내 연구시설도 마련했다. 그동안 황화카르보닐은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았다.
반도체 장치용 석영 유리를 제조하는 토소는 한국 법인을 설립, 내년 제품 양산이 목표다.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TEL)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 테크니컬센터를 신설해 고객사 대응력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