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퀄컴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위해 미국 행정부 설득에 나선다. 통신 칩 판매를 통한 실적 개선을 노리는 차원이다.
9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칩을 화웨이에 판매하기 위해 로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에 자국 소프트웨어(SW) 및 기술을 활용한 제품 수출 시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수출 규제 개정안을 공표했다. 같은 달 15일부터 시행됐고, 120일의 유예기간을 뒀다. 오는 9월부터 정식 시행된다.
화웨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통신 칩 등의 생산을 담당하는 TSMC는 미국 제재를 따르고 있다. TSMC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의 모든 규정에 따를 예정이다. 5월 이후 화웨이 주문을 받지 않으며, 오는 9월14일 이후에는 모든 납품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수주 물량을 처리하면,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의미다. 인텔, AMD, 엔비디아 등도 화웨이와의 거래가 제한된 상태다.
퀄컴은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을 삼성, 미디어텍 등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퀄컴은 “5G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이 위협받고 있다. 이는 국가 이익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디어텍은 화웨이 제재의 ‘수혜주’로 꼽힌다. 미디어텍은 아직 퀄컴, 삼성전자 등보다 AP 성능이 떨어지지만,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샤오미 등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화웨이 물량까지 확보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퀄컴은 최근 화웨이와 특허료 분쟁을 끝내고, 장기 특허 계약을 맺었다. 향후 양사 간 협업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한편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퀄컴은 회계연도 2020년 3분기(2020년 4~6월) 실적을 공개했다. 일반회계기준(GAAP)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8억9300만달러와 7억8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매출액은 49.2% 영업이익은 85.3% 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시장이 부진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