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글로벌 메모리 1~2위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양사는 1분기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부진을 서버, PC 등으로 상쇄했다. 다만 하반기는 상반기 대비 수요 약세가 예상된다. 고객사 재고가 증가한 탓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늘어날 메모리 수요에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지만, 설비투자는 보수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0년 2분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 반도체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8조2300억원, 5조43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3% 전년동기대비 13%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36% 전년동기대비 60% 늘었다.
23일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K-IFRS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조6065억원, 1조9467억원으로 집계했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19.5% 전년동기대비 33.4%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143.2% 전년동기대비 205.3% 증가했다.
두 회사는 비대면(언택트) 효과를 누렸다. D램은 서버 중심으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가격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3세대 10나노급(1z) 등 첨단공정 전환 및 수율 개선을 통한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도 긍정적이다.
낸드플래시도 선전했지만, 모바일 수요 약세로 D램 대비 부진이다. 삼성전자는 일부 응용처 가용량 부족으로 출하량이 시장 하회했다. 재고를 타이트하게 가져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대응력 향상을 위해 재고 수준을 정상보다 소폭 증가시킨다. 상대적으로 재고 여유가 있었던 SK하이닉스는 낸드 매출이 향상됐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한진만 전무는 “모바일 분야는 계절적 비수기, 미국과 인도 등 각국 록다운 영향으로 부진했지만, 언택트로 클라우드 쪽 매출이 견조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서버 메모리 강세로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조성됐다. 주력 제품 수율 향상 및 원가절감도 동반했다”고 말했다.
하반기는 분위기 사뭇 다를 전망이다. 고객사 재고가 늘어남에 따라 구매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양사는 서버 수요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하반기를 저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및 게임기 신제품 흥행 여부가 3~4분기 실적의 관건이다.
양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첨단공정 전환을 이어간다. D램은 3세대 10나노급(1z) 비중을 높인다. 삼성전자의 2분기 말 기준 1z 이하 첨단공정 비중은 70%다. 연말에는 80%에 달할 예정이다.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D램은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했다. SK하이닉스도 방향을 같다. 연내 완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에 EUV 장비를 투입한다.
낸드는 적층 경쟁이 한창이다. 현재까지 128단이 최대다. 두 회사는 주력을 96단에서 128단으로 바꾸기 위해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160단 이상 7세대 V낸드 출시가 예정돼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말부터 128단 본격 공급에 나선다. 176단 4차원(4D) 낸드 개발도 병행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표준이 정해진 DDR(Double Data Rate)5가 오는 2023년에 DDR4 비중을 넘어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발 앞선 삼성전자는 2021년 하반기에 DDR5 D램 출하를 시작한다. SK하이닉스도 개발은 완료한 만큼 순차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모리 2강은 인프라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언택트 생활이 자리매김하고, 5세대(5G) 이동통신과 자율주행차 등 메모리 수요 증가 요인이 다양한 덕분이다. 대신 설비투자는 업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SK하이닉스는 용인에 신공장이 들어선다. 공장 설립 일정과 풀가동 시기는 별개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