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에서 중국은 큰 시장이지만, 섣불리 들어갔다가 결국 빈손으로 돌아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만난 반도체 업체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시장에 뛰어든 업체가 기술력과 고객사를 모두 잃은 채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협력사의 중국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분야는 중국을 배제하고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을 정도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의 투자가 줄면서 BOE, CSOT 등 중국 패널 제조사가 국내 장비업체의 매출을 책임지는 분위기다.
매년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지자 업계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진출 초기에는 실적 올리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이 조금씩 넘어가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현지에 사업장을 구축한 업체들이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100% 차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조사든 협력사든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내수 시장 경쟁에서 밀린다는 지적이다.
자국 매출을 통해 몸집을 키운 중국 업체는 글로벌 시장까지 장악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변수다. 출혈 경쟁을 해도 뒤를 받치는 정부의 존재로 회사 운영을 이어갈 수 있다. 저가물량 공세가 가능한 이유다.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넘보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현재와 유사하다.
중국과의 거래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고객사의 투자만 기다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60%를 소화하는 ‘빅마켓’인 점도 고려 대상이다. LCD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
업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아예 발을 뺄 수는 없지만, 시간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시장을 놓치지 않으면서 우리 기술력과 존재감을 지켜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협력사 간 협업, 정부의 가교역할 등이 동반돼야 한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막대한 시장 규모와 정부 지원 등이다. 태생적인 차이가 있는 시장 크기는 차치하더라도, 산·학·연 시너지와 기술력 확보는 가능한 시나리오다. 중국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다면,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