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이 열렸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관련 제품 양산에 돌입한 덕분이다. 고객사 납품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당분간 국내 업체가 해당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2일 SK하이닉스는 초고속 D램 ‘HBM2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개발을 완료한 제품이다.
HBM2E는 HBM D램의 최신 규격이다. 일반 종이두께(100μm) 절반 수준으로 깎은 D램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의 구멍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을 적용한다. 임시저장장치인 버퍼 칩 위에 여러 개의 D램을 적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통상적으로 메모리는 모듈 형태로 만들어, 메인보드에 연결한다. HBM2E의 경우 칩 자체를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로직반도체 등에 마이크로미터(μm) 간격 수준으로 장착한다. 칩 사이 거리를 줄여,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것이다.
HBM2E의 주요 사용처는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고성능 서버 등 프리미엄 분야다. 그동안 주요 메모리 제조사는 HBM2E의 수율 및 성능을 향상하며,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품을 내놓자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공개한 제품은 초당 3.6기가비트(Gbps)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1024개의 정보출입구(I/O)를 통해 1초에 46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소화할 수 있다. 이전 규격인 HBM2보다 용량은 2배 늘어났다. 플래시볼트는 1개의 버퍼 칩 위에 16기가비트(Gb) D램 칩 8개를 쌓은 방식으로 구현됐다. 10나노미터(nm) 공정 기반 16Gb D램에 5600개 이상 미세구멍을 뚫어, 4만개 이상 실리콘관통전극(TSV) 접합볼로 8개 칩을 수직 연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2E D램 ‘플래시볼트’를 출시한 바 있다. 플래시볼트는 1개의 버퍼 칩 위에 16기가비트(Gb) D램 칩 8개를 쌓은 방식으로 구현됐다. 10나노미터(nm) 공정 기반 16Gb D램에 5600개 이상 미세구멍을 뚫어, 4만개 이상 실리콘관통전극(TSV) 접합볼로 8개 칩을 수직 연결했다.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등은 아직 HBM2E를 양산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두 업체는 이미 양산을 시작한 만큼 2~3발 앞선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2E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 수요에 선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외국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5세대(5G) 이동통신, AI, 자율주행 등 활용 가능한 분야가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