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최근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 에스윈 부총경리로 취업한다는 소식이 업계를 달궜다. 그는 1981년부터 2017년까지 40년 가까이 삼성전자에 몸담았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오늘을 있게 한 인물 중 하나다. 삼성전자 중국 사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장 전 사장의 중국 업체 입사가 알려지자 기술유출 우려가 제기됐다. 현장을 떠난지 오래며 고문으로 역할을 한정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더 커졌다. 결국 장 전 사장은 에스윈 입사를 철회했다.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이다. 인력을 통한 노하우 흡수는 후발업체가 흔히 쓰는 수단이다. ▲기술 ▲문화 ▲전략 등 대상은 다양하다. 동종업계 취업제한 등을 두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도 LG화학 직원이 대거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긴 것이 발단이 됐다. LG화학은 의도성을 의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우연을 강조했다. 양사는 미국과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는 “계열사에 입사하는 등 취업제한을 무력화 할 방법은 많다”라며 “직업 선택의 자유와 물려 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는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 인력 흡수에 적극적이다. 헤드헌터를 통한 입사 제안은 흔한 일이다. 이전처럼 퇴사자나 사내 경쟁에서 밀려난 인력을 노리지도 않는다. 임원급부터 사원급까지 대상을 가리지도 않는다. 팀 전체를 타깃으로 한 접근도 노골화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만 타깃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협력사 등도 타깃이다. 어떤 장비를 어떻게 운용하는지도 노하우기 때문이다. 기술개발부터 생산라인 구축, 영업방식까지 전방위 공세다.
이들의 당근은 돈이다. 최소 3배 이상 연봉을 제시한다. 현지 체류비 등은 기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직급에서 상상도 못할 연봉을 부르는 것이 이들의 방식”이라며 “대부분 2~3년 안에 퇴사를 유도하지만 국내도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진지 오래라 당장의 이익에 흔들리는 것을 비난하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필요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것이 중국으로 간 경력직의 운명이라는 것이 파다하지만 나는 아닐 것이라는 믿음도 이직 권유를 받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국내 업계의 대책은 기업문화 개선과 지속적인 인력 관리다. 돈 이외의 가치를 주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쉽지는 않다.
대기업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 주는 소속감을 무시할 수 없다”라며 “단기적으로 그 금액을 줄 수는 없지만 무형의 가치와 기회 등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퇴사 이후 재취업 등 제2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경쟁사로 넘어가는 것보다 남는 것이 유리하다고 느낄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