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SK그룹이 ‘반도체 소재 자립화’에 한 발씩 다가서고 있다. 계열사별로 주요 소재 개발 및 생산라인 구축이 한창이다. 성과가 하나둘씩 나타나는 가운데 새로운 영역도 개척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하드마스크(SOC) 개발 착수했다. 이달부터 양산 돌입한 초고순도 불화수소(HF) 가스의 다음 주자다.
SOC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쓰이는 포토마스크 보조재료다. 반도체는 실리콘웨이퍼 위에 패턴이 그려진 포토마스크를 얹고, 빛을 조사해 회로를 새긴다. 이 과정에서 SOC는 패턴 붕괴를 막는 ‘방패’ 역할을 한다. 공정 미세화로 노광 세기가 강해져 SOC 수요는 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2월 금호석유화학 전자소재사업을 인수하면서, SOC 시장 진출을 추진하게 됐다. 기존 금호석유화학 생산라인 설비를 업그레이드해 개발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일본 호야 등이 주도하던 분야를 국내 업체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머티리얼즈는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2022년부터 연 5만갤런 규모 양산이 목표다.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수출규제 당시 포함된 핵심품목 중 하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소재 기술력을 갖춘 SK머티리얼즈가 차세대 제품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도 1~2년 내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C, SK실트론 등도 소재 공급망 구축에 동행하고 있다. SKC는 일본의존도가 높은 하이엔드급 블랭크마스크 시제품을 국내 수요기업과 테스트하고 있다. 하반기 본격 양산이 기대된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 원재료다. 지난달에는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패드 공장 설립 소식을 전했다.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연마해 평탄화하는 소재다.
SK실트론은 로직용 7나노미터(nm) 에피텍셜(Epitaxial) 웨이퍼를 개발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위탁생산(파운드리) 라인에서 활용되고 있다. 일본 섬코가 장악했던 시장이다.
이들 업체의 선전은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이다. 소재 수급처 다변화를 통해 원가절감, 공급 안정성 확보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같은 계열사인 만큼 관련 협업도 용이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반도체 소재 사업을 강화하는 부분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국내 업계에 호재”라며 “일본에 치우친 공급 루트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반길 소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