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리한 수사 무리한 영장’이라는 재계의 평가가 힘을 받게 됐다. 삼성은 일단 안도 분위기다. 총수 부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는 진행형이다. 검찰이 기소 의견을 굽히지 않을 수 있다.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남았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신청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 불법행위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실장 ▲김종증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자본시장법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원 부장판사는 “불구속재판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선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사건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평가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출발부터 논란이었다. 검찰은 지난 4일 이 부회장 등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지난 2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외부 전문가가 검찰 수사 적절성과 기소 여부를 평가하는 자리다. 검찰이 수사심의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장신청 여부는 수사심의위 판단 대상이 아니다. 영장이 나올 경우 수사심의위는 유명무실해진다.
재계가 나서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오기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라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이라면 이런 제도는 도대체 왜 있는 것이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사기간과 내용도 문제였다. 이번 수사는 1년 8개월여 동안 이뤄졌다. 압수수색만 50여차례다. 110여명이 430여회 소환 조사를 받았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 사유를 ▲주거지 불분명 ▲증거인멸 우려 ▲도주 염려로 규정했다. 그동안 수사가 제대로였다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기소를 해도 됐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유죄 심증 전제 보도가 증가했다.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의심되는 지점이다.
삼성은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출처 자체가 의심스러운 추측성 보도가 계속되고 있고 그중에는 유죄 심증을 전제로 한 기사들까지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기사들로 인해 삼성과 임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피해가 적지 않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줬으면 한다”라고 우회 비판했다. 삼성은 이례적으로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세 차례 입장문을 내는 등 적극 대응했다.
검찰이 국면 전환용으로 삼성을 활용한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최근 검찰은 검찰개혁 요구에 직면했다. 기소독점과 수사관행 등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검언유착, 간첩조작, 제 식구 감싸기 등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도 없다는 목소리도 컸다.
한편 영장 청구 기각으로 수사심의위 진행과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부의심의위는 검찰시민위원 중 15명을 추첨해 구성한다. 여기서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