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삼성SDI가 반도체 소재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기존 제품 개선과 포트폴리오 확대를 병행한다. 삼성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26일 삼성SDI에 따르면 삼성SDI는 EMC(Epoxy Molding Compound) 신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기존 EMC 대비 회로보호율을 확대, 미세공정에 적합하도록 했다. EMC는 수분, 열 등 외부 충격으로부터 반도체 회로를 보호하는 복합재료다.
이번 신제품은 EMC 사업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카드다. EMC는 낮은 난도로 가격 경쟁이 심한 품목이다. 삼성SDI는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EMC 물량이 줄었다. EMC 생산량은 2018년 6341톤, 2019년 4085톤, 2020년 1분기 773톤으로 감소세다.
신제품은 프리미엄급으로 당분간 경쟁사가 만들기 어려운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물량이 재차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SDI는 삼성전자 지원사격을 이어간다. 현재 반도체용 연마재(슬러리)도 개발하고 있다. 슬러리는 실리콘웨이퍼 표면 절연막 및 금속 배선을 평평하게 만드는 재료다. 회로를 오차 없이 그릴 수 있게 해준다. SOH(Spin-on Hardmask), SOD(Spin-on Dielectrics) 등도 개선 중이다. 각각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2차 방어막, 금속도선 사이를 절연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소재·부품 분야를 외산 업체에 의존했다. 하지만 일본 수출규제 이후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자체 공급망 확보 필요성을 느낀 탓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 전수조사를 했다. 일본 의존도를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도 SK처럼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C 등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 행보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장비 분야에서는 내재화가 일정 부분 이뤄졌다. 삼성 계열사 세메스가 대상이다. 세메스는 식각 장비, 반도체 테스트 핸들러 등을 삼성전자에 제공하고 있다. 반도체 회로를 깎아내는 식각 장비는 도쿄일렉트론(TEL) 등 외산 의존도가 높았던 제품이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은 매년 반도체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반도체 비전 2030’도 같은 맥락”이라며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을 겪으면서 내재화에 대한 의지가 높아졌다고 들었다. 투자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험”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