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삼성과 현대의 만남으로 차세대 배터리 지형도가 그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리튬이온배터리에 이어 ‘한-일’전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오는 2035년 2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제품이다.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대용량을 구현할 수 있고, 안정성이 높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1회 충전에 800킬로미터(km) 주행,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은 도요타-파나소닉 연합이다.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2017년부터 협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 앤드 솔루션스’라는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했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1조5000억엔(약 17조1840억원)을 투자했다. 오는 2022년 전기차 탑재가 목표다.
국내에서는 삼성이 활발하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전고체 배터리의 원천기술을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음극 소재로 리튬금속이 사용된다. 다만 리튬금속은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낮추는 ‘덴드라이트’ 이슈가 존재한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 충전 시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 음극 표면에 적체되면서 생기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다.
삼성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고체 배터리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활용했다. 이 기술은 전고체 배터리 음극 두께를 얇게 만들어,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
현대차는 미국 스타트업 아이오닉머티리얼에 500만달러(약 61억원)를 투자했다. 전고체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다. 지난 13일에는 현대차 경영진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소형 및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기지다. 양사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동향과 개발 현황 등을 공유했다. 삼성과 손잡고 도요타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국가들도 전고체 배터리 투자를 본격화했다. 중국 CATL은 베이징자동차 등 자국 업체와 개발을 시작했다. 폭스바겐은 퀀텀스케이프, BMW는 솔리드파워와 협력 중이다. 오는 2025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제조사의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빨라질 수 있다”며 “일본 업체가 한발 앞서는 분위기지만 리튬이온배터리처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분기에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이 선두에 등극했다. 이 기간 5.5기가와트시(GWh)를 기록, 전년동기(2.5GWh)대비 117.1% 성장했다. 시장점유율은 10.7%에서 27.1%로 급증했다.
LG화학 폭스바겐, 아우디, 르노, 볼보, GM, 현대, 루시드모터스 등 다양한 고객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최대 고객사인 테슬라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당분간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상용화까지 해결 과제가 많고, 차세대 배터리로 채택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지난 14일 LG화학 김제영 상무는 SNE리서치가 주관한 ‘NGBS 2020’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수명, 양산성, 비용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사업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