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미국의 ‘반도체 자급주의’ 확산으로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대만 TSMC는 미국 생산기지 구축,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 증설 이슈가 생겼다. 양사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고심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이사회에서 신규라인 증설 등 투자 비용으로 57억400만달러(약 7조원)를 승인했다. 미국 공장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및 중화권 등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처를 미국으로 이동하기 위함이다.
파운드리 1위 TSMC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략 대상이다. TSMC는 퀄컴, 애플, AMD 등 미국 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현지에 공장을 세우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TSMC는 긍정적이다. 대만 정부와 자국 외 지역에 공장 짓겠다는 내용을 협의했다. 지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첨단라인 증설과 미·중 무역분쟁이다. TSMC는 5나노미터(nm)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3나노, 2나노 등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팹을 증설할 경우 ‘나노 경쟁’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생산가지 정상화 작업은 최소 3~5년 소요될 전망이다. 무역전쟁으로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면, 중국 업체에 납품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2위 삼성전자는 TSMC보다 상황이 낫다. 이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두고 있다. 신공장 설립보다는 기존 공장 증설이 수월하다. 삼성전자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TSMC 추격을 위해 향후 라인 확대를 노려볼 수 있다. 최근 오스틴 공장 인근에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나 삼성 모두 아직 구체화된 사안은 없다. 다만 미국 정부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운드리는 고객 확보가 핵심인 만큼 미국 업체와의 협업을 위해 현지 공장 구축은 이점이 있다. 양사의 기술력은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반도체 제조사의 공장을 자국에 유치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인텔, TSMC 등의 일본 공장 건설을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