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건조기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는 에너지 효율 등급이 화두다. 건조기는 올해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에너지 효율 1등급 건조기 ‘그랑데AI’를 선보였다.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생활가전 제품으로는 이례적 속도다. 같은 용량 이전 제품에 비해 2배 빠르다. 그랑데AI는 다른 제품에 비해 1회 건조당 20% 가량 전기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설계의 차이가 에너지 효율 등급을 가른다.”
삼성전자 최한규 연구원의 설명. 건조기는 공기가 빨래를 말린다. 공기를 덥혀 빨래의 습기를 뺏고 공기를 식혀 물을 외부로 배출한다. 이 과정을 어떻게 구현했는지가 에너지 사용량과 건조시간을 결정하는 변수다. 공기를 차갑게 뜨겁게 하는 것이 열교환기(콘덴서)와 압축기(컴프레서)의 역할이다.
“크고 넓은 엘리베이터가 더 많은 인원을 한 번에 이동시키듯 그랑데AI는 압축기 용량을 기존보다 25.6% 키웠다. 열교환기를 구성하는 증발기와 응축기 면적도 모두 키웠다. 창문이 클수록 바람과 공기가 더 잘 순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 연구원은 열교환기, 압축기 외에 건조통에도 비밀이 있다고 했다. 그랑데AI는 건조통을 일체형으로 만들었다. 분리형에 비해 마찰이 적어 통을 돌리는 힘이 덜 든다. 빨래 꼬임 완화는 덤이다.
요즘 건조기는 살균도 중요하다. 그랑데AI는 건조통 내부 온도를 섭씨 60도 이하로 유지한다. 살균을 하려면 섭씨 100도 이상 또는 스팀이 필요하지 않을까.
“높은 온도에 도달했다고 살균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시간 이상 살균 온도를 유지해야 균과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 젖은 빨래가 살균코스를 통해 건조하는 경우 56도 이상으로 30분간 건조하면 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스팀이 추가로 필요하지 않다.”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송대섭 교수는 온도보다 시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이 점에 주목했다. 삼성전자 정승은 연구원은 “그랑데AI는 젖은 빨래와 마른 빨래 모두 살균 인증을 받았다. 엄격한 내부 기준을 맞추려면 근본부터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일부 건조기는 스팀을 추가해 살균력을 높이려 하지만 건조 중인 빨래에 스팀을 더해 다시 적게 하는 구조는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용량을 키워 에너지를 적게 쓰고 60도 이하로 건조를 하면 건조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에너지 효율 1등급이 의문 해결 열쇠다. 아무리 동작 에너지를 줄였어도 오래 가동하면 그만큼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 1등급 조건을 맞출 수 없다. 등급 기준은 한국에너지관리공단이 정했다. 소비효율등급부여지표(R값)은 표준건조용량 1회 건조 소비전력량 수치를 평가한다.
“업계 유일 에너지 효율 1등급 건조기는 기업의 오랜 투자와 연구를 기반으로 한 혁신 사례다. 에너지 효율 혁신 전략과 기술 개발 경쟁은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의 당면과제다.”
정 연구원의 말처럼 에너지 효율은 우리 정부도 강조하고 있는 분야다. 정부는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을 사면 구매비 일부를 돌려주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건조기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100만대 정도다. 보급률은 20% 수준이다. 해외 보급률이 80%인 점을 고려하면 성장 잠재력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