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브랜드 전략을 바꿨다. ‘통일성’ 대신 ‘개성’을 선택했다. 스마트폰 시대 업계 표준이 된 애플식 작명을 버렸다. 일반폰 시대 제품별 특징을 강조하는 작명으로 돌아갔다. 이미지 변신과 새 판을 짜야하는 LG전자의 고심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12일 LG전자는 5월 출시 스마트폰 명칭을 ‘벨벳’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벨벳은 촉감이 좋은 원단이다. LG전자 신제품은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이다. 3차원(3D) 아크 디자인을 채용했다.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함을 강조한 명칭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브랜드 ▲G시리즈 ▲V시리즈는 폐기했다.
스마트폰 브랜드는 ‘알파벳+숫자’ 조합이 대세다. 알파벳은 등급 숫자는 시점을 표현한다. 숫자가 클 수록 최신 제품이다. 이 작명법은 애플이 처음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폰까지 이 방식을 보편화했다. LG전자를 비롯 대부분 애플과 삼성전자를 따랐다.
알파벳+숫자 조합의 장점은 브랜드 이미지 계승과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전작이 만든 이미지는 신제품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돈을 덜 써도 지속적인 제품 홍보가 가능하다. 단점은 한 번 삐끗하면 헤어나기 쉽지 않다. 전작의 멍에가 무거워 회사 전체가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LG전자도 그랬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초반 갈팡질팡했다. 당시 경영진은 ‘스마트폰은 한 때 유행’이라는 컨설팅 결과를 믿었다. 2010년 ‘옵티머스’ 브랜드를 도입했다.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처럼 키우고 싶었지만 제품이 어설펐다. ▲옵티머스Q ▲옵티머스2X ▲옵티머스뷰 ▲옵티머스G 등 원칙 없는 이름과 완성도 미흡으로 옵티머스는 LG전자 스마트폰 추락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2013년 옵티머스를 빼고 알파벳만 가져가기로 했다. ‘G’를 플래그십 스마트폰 브랜드로 정했다. 2015년 플래그십 브랜드를 추가했다. V시리즈 첫 제품은 숫자를 십 단위로 출발했다. 경쟁사에 비해 낮은 숫자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LG전자는 새 브랜드와 함께 제품 신뢰도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지난 1분기 LG전자 스마트폰은 6분기 연속 판매량 1000만대 미달과 20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
제품별 이름을 따로 가져가는 방식은 일반폰 때 유행이다. 삼성전자 ‘애니콜’ LG전자 ‘싸이언’ 팬택 ‘스카이’ 밑에 서브 브랜드 햅틱폰 초콜릿폰 맷돌폰 등 ‘애칭’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의 3연타석 홈런으로 세계 휴대폰 3위까지 올랐던 역사가 있다. LG전자 전성기를 만든 초콜릿폰은 2007년 국산 휴대폰 최초로 세계 판매 1500만대를 돌파했다. 초콜릿폰은 ‘디자인’ 샤인폰은 ‘기술력’ 프라다폰은 ‘브랜드’를 알렸다. 중간중간 실패작도 있었지만 브랜드를 분리해 악영향을 최소화했다.
LG전자 벨벳은 반등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선택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LG전자는 작년 스마트폰 국내 생산을 접었다. 국내 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플래그십만 직접 한다. 중저가는 제조사개발생산(ODM)으로 돌렸다. 소프트웨어(SW)업그레이드센터 등 사후서비스(AS)에 신경을 쏟았다. 올해부터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를 이끌 수장에 이연모 부사장을 앉혔다. 브랜드 교체는 새 출발의 마침표다.
다만 벨벳으로 새 판을 짤 수 있지는 미지수다. 스마트폰 회사로써 LG전자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바닥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LG전자 판매량 순위는 8위다. 2920만대를 팔았다. 1위 삼성전자 판매량은 2억9510만대. 10분의 1에 조금 못 미친다. ▲화웨이 ▲애플 ▲샤오미 ▲오포 ▲비보 ▲레노버-모토로라가 앞에 있다. 미국 회사 1개 중국 회사 6개다. 작년 하반기만 놓고보면 리얼미도 LG전자보다 판매량이 높다. 리얼미는 오포의 보급형 브랜드다. LG전자는 갈 길이 멀다. 벨벳 1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LG전자 MC상품전략그룹장 마창민 전무는 “최근 스마트폰 트렌드가 ‘개개인의 취향과 감성, 디자인 강조’와 같은 추세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고객을 중심으로 한 관점에서 브랜드를 운영할 것”이라며 “LG스마트폰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정립해 고객과 공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