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1분기 실적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시장전망치(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세계 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 쇼크’를 피한 셈이다.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2분기부터 코로나19 영향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대만 난야테크놀로지 등은 지난 1분기 예상외로 선전했다. 데이터센터 고객사의 메모리 구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한 비대면(언택트) 생활이 온라인 동영상·게임 등을 활성화했고, 이는 서버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서버 구축량을 늘리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메모리 투자 규모는 전년대비 15%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1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55조원, 6조4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6조1000억원)를 넘어섰다. 사업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지만, 증권가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4조원 내외로 추정했다. 2019년 1분기(4조1200억원) 이후 첫 4조원 돌파다. 지난해 2~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3조원대에 머물렀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2분기(12월~2월) 실적을 공개했다. 마이크론의 2019년 12월~2020년 2월 매출액은 47억9700만달러(약 5조9051억원), 영업이익은 4억4000만달러(5416억원)다. 매출액이 컨센서스(46억달러)를 상회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지만 예상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난야테크놀로지는 3월 매출이 53억6000만대만달러(약 2173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동월대비 44% 올랐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컨센서스를 상회, 전년동기대비 27% 증가했다. 난야테크놀로지의 호성적은 PC 및 서버용 D램 생산비중을 늘린 덕분이다.
부품업체 특성인 선(先)발주 시스템이 코로나19 여파를 피하게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본격화 전에 고객사들이 재고를 축적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부터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구매가 재개된 상태다.
1분기에 주요 업체들이 선방했다면, 2분기부터는 위기감이 감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메모리 구매를 앞당겼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정도 재고가 축적된 2분기 이후부터는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2분기 서버용 반도체 출하량이 전기대비 7~9%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 직격탄을 예고했다. 스마트폰과 가전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주요 반도체 업체의 생산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랜드포스는 “하반기에도 코로나19가 지속돼 서버 출하 일정에 영향을 미치면, 서버 출하량이 예상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