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먹구름이 꼈다. 전반적인 수요 및 공급 환경이 영향을 받아,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의 주주총회에서도 드러났다.
20일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제72기 정기주총을 개최했다. 이날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는 “올해 반도체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전 세계가 동맥경화다.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기 정기주총에서 “올해도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반도체 수요는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코로나19를 변수로 꼽았다.
당초 올해 반도체 시장은 업황 개선이 기대됐다. 지난해 말부터 데이터센터 고객사의 메모리 구매 재개, 반도체 업계 투자 본격화 등이 동반된 덕분이다. 양사는 지난 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냈다. 당시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메모리 재고는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 연말부터 D램 재고 4주 미만, 낸드 재고 5주 이하로 축소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산업 시계가 멈춘 상태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양산 차질, 글로벌 공급망 타격 등이 겹쳤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것을 대비, 지난해 선언한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지속한다. 김 부회장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에코 시스템 강화, 생산능력 확대, 고객다변화를 통해 성장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보수적인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올해 투자는 연초 제시한 대로 전년 대비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도 코로나19로 사업 속도가 지연됐다. LG디스플레이 20일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러닝센터에서 제35기 정기주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호영 사장은 “최근 미국과 유럽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수요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선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물량 공세로 타격을 입었다. 올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 속도를 높여, 이를 극복할 계획이었다. 역시나 문제는 코로나19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가동이 늦춰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스마트폰 제조사 공장 이슈, 베트남 입국 제한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강화를 이어간다. 정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대외 여건 불확실성 및 산업 내 경쟁상황 속에서도 OLED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점 과제는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가동을 목표로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충분한 만큼 이 위기를 잘 대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