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코로나19가 반도체 업계를 강타했다. 글로벌 장비업체 램리서치가 본사 및 일부 공장을 폐쇄한다. 공장 가동이 지연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19일 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자택 대피 명령’으로 프리몬트 본사와 리버모어 공장을 이달 말까지 일시 중단한다. 재가동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고, 향후 정부 지침에 따라 중단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램리서치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네덜란드 ASML 등과 세계 3대 장비업체로 꼽힌다. 램리서치는 주력 분야인 반도체 식각 공정을 비롯해 박막 증착, 웨이퍼 세정, 감광막 제거 등의 장비를 양산하는 업체다.
식각 공정은 실리콘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작업이다. 박막 증착은 웨이퍼 표면에 얇은 층 형태의 박막을 단계적으로 겹겹이 쌓아가는 공정이다. 박막은 반도체 회로 간의 구분과 연결, 보호 역할을 담당한다. 웨이퍼 세정은 말 그대로 웨이퍼를 세척하는 과정, 감광막 제거는 노광 공정 시 포토레지스트(감광제)로 만든 감광막을 없애는 단계다. 이들 모두 반도체 핵심공정이다.
램리서치의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 글로벌 칩 메이커다. 핵심장비를 공급하는 만큼, 장비 양산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사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비는 소재처럼 자주 반입하지 않아서, 반도체 제조사에 즉시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폐쇄된 사업장 이외에도 램리서치는 미국 오리건주와 유럽 오스트리아 등에 공장을, 말레이시아에 부품 협력사를 두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11년 생산법인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를 설립,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 오리건주와 오스트리아 공장 등은 정상 운영 중이지만, 미국 및 유럽도 코로나19 확산 지역인 만큼, 안전지대는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지 정부가 이달 말까지 일부 사업 중단 명령을 내린 탓에 협력업체 공장도 중단 위기다.
경쟁사인 어플라이드와 ASML의 공장은 아직 정상 가동되고 있다. 어플라이드는 캘리포니아주에 공장이 아닌 본사를 두고 있다. 해당 본사 인원은 재택 근무에 돌입했다. 공장은 미국 메사추세츠주, 텍사스주, 싱가프로 등에 있다. ASML은 네덜란드 등에 사업장이 있다. 두 회사도 코로나19 영향권 내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비 생산라인은 잠깐만 멈춰도 타격이 큰 반도체 공장과는 차이가 있다. 중단되도, 재개 시 작업을 이어가면 장비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코로나19가 장기전이 되면 장비 납품 일정이 밀리고, 이는 반도체 생산 계획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반도체 경기 및 기술주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도 급감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1286.84포인트로 전일 대비 9.79% 떨어졌다.
글로벌 10대 반도체 기업 주가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 나스닥에서 인텔의 주가는 47.61달러로 전일 대비 4.9% 감소했다. 마이크론(-7.2%), 브로드컴(-15.8%), 퀄컴(-11.1%), 텍사스인스트루먼트(-5.8%), ST마이크로(-13.8%), NXP(-19.4%)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부진했다. 1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종가기준으로 4만2950원, 6만9000원이다. 각각 5.81%, 5.61% 하락한 수준이다.